#시/영상시

길 잃어버리기/문정희

경호... 2012. 12. 26. 00:29

 

 

 

 

  

 

 

 

 

 

 

 

길 잃어버리기/문정희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나의 자리인가요
탑처럼 서서 듣는 저 종소리가
나의 시인가요
종소리 속의 쇠 울음, 짐승의 순간
애달픈 육체

기꺼이 길을 떠나
기꺼이 길을 잃어버린 대낮
시간이 탕약처럼 졸아든 고도(孤島)의 한가운데
길이 물이고 물이 길인가요

길을 잃기도 쉽지 않아
미로와 수로 사이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길*인가요

나는 외로움 부자, 자유 부자, 가난 부자
온몸으로 꽃 한 송이
눈부신 노숙

오직 허공을 머리에 인
가벼운 허영의 깃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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