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및生活常識]/藥草의 常識

마음이 부자되는 가을 약초산행

경호... 2012. 11. 21. 00:46

물가 오르고 바구니물가 팍팍 오르고 기름값도 오르고 공공요금, 버스요금 도대체 안오른 게 없다. Y씨의 살림만 내리막이다. 올해만 지나가면 좀 나아지려나 한 것이 벌써 몇년째다. 정권 바뀌며 기대가 컸는데 몇몇 대기업은 대박이어도 자영업자 Y씨의 가계경제는 쪽박이 분명했다.

‘부자되세요’ 광고멘트에 덩달아서 곧 부자될 것 같던 허망한 마음을 조금씩 비우기 시작하면서 Y씨는 주말마다 산행을 했다. 몇몇 지인들이 함께 했다.

Y씨 일행은 이번 산행에서 등산가방 절반이 차도록 다래를 땃다. 그걸로도 아이들처럼 마음이 즐거웠다. 충만감. 여느 등산객들처럼 죽자고 산자락을 오르던 이들이 얼마전부터 이른바 ‘약초산행’을 하게 되면서 생긴 마음의 변화다.

꾼들처럼 산삼같은 걸 캐서 재미보자는 취지는 아니었고, 취미삼아 풀이름도 알아보고 야생화도 좀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보니 지천에 널린 게 다 약초였다. 등산도 하고 약초지식도 쌓고 집으로도 들고가는 ‘부수입’도 생기는 ‘일석삼조’가 됐다. 왜 진작 자연에 관심을 갖지 못했는지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알면 약초, 모르면 그냥 풀일 뿐

우선 어지간한 산이면 등산길 초입마다 흔히 보이는 풀들. 관심이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들인데 사실은 다 약초다. 관절을 튼튼히 하고 어혈을 푸는 쇠무릅(우슬), 자연산 비아그라 비수리(야관문), 축농증과 비염에 쓰는 도꼬마리(창이자), 기미와 습진에 좋은 뱀도랏(사상자), 폐의 기운을 도우는 맥문동, 꽃은 천연 해열제, 줄기는 신경통과 담통에 효과가 큰 금은화(인동), 신장을 튼튼히 하는 기생식물 새삼(토사자), 부인병의 성약인 엉겅퀴(대계)·조뱅이(소계)·익모초, 심장병과 폐농양, 대상포진에 탁효가 있는 하눌타리(과루실), 소갈(당뇨병)의 특효약 하눌타리 뿌리(천화분) 등이 눈에 띈다.

요즘 한참 꽃을 피우고 있는 마타리(패장초), 뚝갈, 등골나물, 쉽사리(택란), 산국, 이삭여뀌(금선초)도 쓰임새만 잘 알면 손색없는 약초다. 알면 약초, 모르면 가져다줘도 모르는 거다.

적당히 땀이 나기 시작하면 보이는 약초들이 있다. 푸른빛 꽃이 관상용으로도 괜찮겠다 싶은 간장약 용담초, 기관지와 폐에 좋은 도라지(길경), 뿌리를 씹으면 혀끝이 얼얼해오는 신경통약 족도리풀(세신), 위장병에 좋은 삽주(백출,창출), 피로회복제인 둥굴레(옥죽), 출혈을 멎게 하는 오이풀(지유), 중풍으로 수족을 못쓸 때에 긴요한 진교와 천남성, 계곡주변에 사람키만큼 크게 자라는 두통약 구릿대(백지), 관절통 근육통에 쓰는 강호리(강활), 아토피와 무좀에 좋은 봉황삼(백선), 요통에 쓰는 어수리(독활), 상기도염이나 기관지염에 효과가 큰 바디나물(전호), 약방의 감초만큼이나 많이 쓰는 보혈약 승검초(토당귀), 어디선가 진한 향내가 발길을 잡아끄는 더덕 등이 그것이다.

붉나무에 기생해서 주렁주렁 달라붙은 오배자, 참나무 기생식물인 항암제 겨우살이,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 산초열매, 뼈에 좋다는 딱총나무, 빨갛게 익은 꾸지뽕, 야생 오가피 열매 등도 Y씨들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다.

 

올해는 다른 때보다 더 유념해서 산을 다녀선지 다래가 많이 눈에 띄었다. 봄에 앙증맞은 다래꽃들이 필 때부터 눈여겨두었던 것들이 올 가을 쏠쏠한 수확을 안긴 것이다. 술꾼과는 거리가 먼 Y씨도 다래주는 한번 먹어보고 싶다. 심심파적으로 다래에 대해서 알아봤다.

다래는 머루와 함께 대표적인 야생과일이다. 전국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한방에선 미후도라고 한다. 손가락 굵기 정도의 둥근 열매로서 빛깔은 푸르고 단맛이 강하며 9∼10월에 익는다.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멈추게 하며 이뇨작용도 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증으로 황달이 나타날 때, 구토가 나거나 소화불량일 때도 효과가 있다. 비타민 C와 탄닌이 많아서 피로를 풀어주고 불면증에도 도움을 준다.

약리적으로 비타민과 유기산, 당분, 단백질, 인,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카로틴 등이 풍부하여 항암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위암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효과가 크다. 천성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소화기에 늘 조바심을 갖는 Y씨에게 영약이 될 것같다.

Y씨들의 다음 산행 목표는 꾸지뽕 따러가기다.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꾸지뽕나무 몇그루를 찜해놓고 익기만을 기다렸던 터. 정력을 강화시킨다니 그 기다림이 더 감질나다. 이 역시 술로 담가 선선한 달밤에 풍월주인(風月主人) 흉내라도 한번 내볼 생각이다. 하수오, 오미자, 천문동, 삽주, 산초, 딱총나무열매 등으로도 술을 담글 만하고, 잡다한 약초들은 한데 모아 효소를 만들면 건강식품으로 즐길 수 있다.

Y씨에겐 뭇산이 자신만이 소유한 곳간처럼 느껴진다. 댓가없는 ‘수확’을 거둘 때면 큰 돈 되는 것도 아닌데 터무니없이 마음이 부자가 된다. 그것은 일상에서 그가 힘을 내는 원천이 된다.

 

 

‘여기는 푸른숲속의 약초천국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K씨는 토요일 첫새벽에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강원도 정선의 깊은 산골이다. 서울과 천안 등 각지에서 차를 몰고 달려올 정겨운 이들을 생각하며 카메라를 다시 점검한다. 메인은 솔나리를 보는 것이다. 멸종위기종인 솔나리를 카메라에 담는 것. 나머지는 보이는 대로 찍는다.

목적지에 도착해 K씨 일행은 잠시 회포를 풀고 계곡을 따라 산을 올랐다. 바디나물이 보라색꽃을 피우고 있고 여름꽃인 주홍색 동자꽃이 아직도 피어있다. 국화과의 절굿대도 둥근 공같은 꽃을 피웠다. 절굿대의 뿌리의 생약명은 누로다. 열을 내리고 젖이 안나올 때 주로 쓴다. 꽃은 추골풍이라 하여 피를 잘 돌게 하는 약이 된다. 어린 잎은 나물로도 먹는다.

박새(여로)도 흰 꽃이 올라왔다. 꽃은 관상용으로 심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잘못 뿌리를 먹었다간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독초다. 옛날에 사약을 만들 때 천남성 초오 등의 독초와 함께 넣었다고 한다. 그 독성 때문에 중풍 황달 종창 등에 효능이 있고 구토를 유발할 때도 쓴다. 또 살충제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뿌리에서 멜라닌생성과 관련되는 효소인 티로시나아제의 활성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피부미백 화장품 원료로서 그 가치를 타진받고 있다.

발이 푹신할 정도로 토질이 좋아서 산삼이 꽤 나온다는 산인데 아직까지 K씨 일행은 운이 없다. 병조희풀 군락과 능선 뒷편의 참당귀군락을 지나쳐 K씨들은 드디어 수줍게 분홍 빛 꽃을 피운 솔나리와 만났다. 이파리가 솔잎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은 솔나리는 개체수가 해마다 줄어들어 멸종위기 2급 식물로 지정됐다. 강원도의 깊은 산속에서 주로 자란다. 한약명은 백합이다. 해수 기침 폐결핵 각혈 등에 사용한다. 구황기엔 식용하기도 했다. 모두들 연분홍의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필름에 담느라 몰아지경이다.

 

K씨는 6년째 블로그를 운영하며 약초에 대한 글과 산행기를 올리고 있다. 그의 약초관련 글은 전문적이다. 약물의 특허와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생약을 이용한 각종 특허정보로 가득하다. 약초 사진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전문가 뺨치는 사진들을 올린다. 얼마전에는 출판사로부터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모아서 출판을 한번 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솔나리를 뒤로 하고 진교와 잔대(사삼)꽃도 신물나게 찍고 배암차즈기 군락지를 지나서 산길을 헤매다보니 속단과 민백미꽃 군락지가 펼쳐진다. 5~7월에 흰 꽃이 피는 민백미꽃은 이제 열매를 달고있다. 뿌리가 국수다발처럼 가늘고 희다 해서 백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두통 관절염 임병 신장염 부종 등에 쓴다. 청열작용이 강하므로 병증을 잘 파악해 써야 한다. 어린 잎은 강장제로 효능이 있어서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는데 독성이 있어서 충분히 우려서 데친다.

아아. 지치와 시호도 있다. 일행중 누군가가 결국 감흥을 이기지 못하고 이 산의 일급비밀을 발설하고 만다. “여기는 푸른 숲속의 약초 천국이다.”

 

 

 '참을 수 없는 행복감'으로 마무리 하는 약초산행

지치는 한약명이 자초(紫草)다. 볼품없는 흰색의 조그만 꽃이 핀다. 그러나 뿌리는 다르다. 지치는 그 뿌리가 자줏빛에 가까운 붉은 색을 띠어서 자초라고 부른다. 지초라고도 한다. 뿌리에서 자주색 염료를 얻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우리생활과 친숙하다. 진도의 유명한 홍주도 이 지치뿌리를 재료로 해서 빚어진 술이다. 예전에는 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는데 요즘은 깊은 산속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해졌다.

수십년동안 약초를 캐며 살아온 약초꾼들이나 시골 노인들 중에는 오래묵어 팔뚝만한 지치뿌리를 캐먹고 고질병이나 난치병을 고쳤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혹자는 암치료의 성약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 효과가 산삼보다도 낫다는 설도 있다. 약성이 빼어나다는 말들이다.

전통적으로는 홍역이 유행할 때 해열을 시키기 위해 썼다. 피부에 습진이나 반진 등이 생겨 발열이나 혈열이 있을 때도 효과가 크다. 그래서 부스럼이나 종기가 났을 때 태독(아토피) 건선 백납 등에도 쓴다.

면역을 억제시키는 물질인 시코닌 등이 있어 면역기능이 항진되어 일어나는 건선이나 관절염, 담마진, 혈관염(자반증) 등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화농성 염증에도 그 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심장질환이나 뇌질환의 경우엔 조심해야한다고 한다. 지초는 혈액응고효과가 있어 혈전의 형성이 문제가 되는 질환인 관상동맥경화나 뇌경색에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시호는 주로 상한(독감)으로 발열과 오한이 교대로 일어나는 증상, 유행성 열병으로 안팎의 열이 풀리지 않을 때 쓴다. 학질에도 썼다. 이담작용이 강하고 독성은 적다. 산형과의 식물로 우산살이 펼쳐진 것 같은 노란색 꽃이 핀다. 줄기는 푸르고 자주빛이 나며 잎은 댓잎같다. 시호뿌리에 들어있는 시호 사포닌은 만성 신장염이나 간염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치와 시호는 모두 석회암층에서 잘 자란다. 이곳이 석회암지대에 속하는 모양이다. 혹시 더 보고 싶으면 시멘트공장 주변이 좋겠다. 농담이다.

어쨌든 K씨 일행은 오늘 귀한 약초들을 만났다. 내려오는 길에 반하와 땃드릅, 둥근 이질풀, 마타리도 한컷씩 찍고 일정을 마감하기로 한다.

산에서 내려와 K씨들은 산에서 딴 능이버섯과 좀싸리버섯, 표고버섯으로 도시에선 구경할 수없는 기똥찬 수제비를 끓였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마침내 점잔하신 K씨도 참을 수 없다. “수제비 끓인 아무개님은 능이 수제비집 개업하세요.” 아무개님의 말이다. “참나, 이런 재료를 아무데서나 구한데요?” <끝>

 

 

자연마을한의원 김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