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이별 / 오탁번

경호... 2012. 10. 17. 04:00

 

 

 

 

        

 

 

 

이별 / 오탁번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그전 같지 않아

삼겹살 곱창 갈매깃살 제비추리

두꺼비 오비 크라운

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

비우고 피우며 노래했는데

봄 여름 지나 가을 저물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아들딸 결혼식장에서나

문상 간 영안실에서나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까

영영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듯

다 헛말인 줄 알면서도

자주자주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지

그래그래 마음으로야

좋은 친구 자주 만나

겨울강 강물소리 듣고 싶지만

예쁜 아이 착한 녀석

새 식구로 맞이하는

아들딸 결혼식장에서나

그냥 그렇게 또 만나겠지

이제 언젠가

푸르른 하늘 노을빛으로 물들고

저녁별이 눈시울에 흐려지면

영안실 사진틀 속에

홀로 남아서

자주자주 만나자고

헛약속한 친구를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다시는 못 만날 그리운 친구야

죽음이 꼭 이별만이랴

이별이 꼭 죽음만이랴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 Foster &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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