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산책]/서양화

행복. 겨울 바다 / 김남조

경호... 2012. 7. 2. 02:24

 

 

 

 

 

 

행복 / 김남조

 

새와 나,
겨울나무와 나,
저문날의
滿雪과 나,
내가 새를 사랑하면 새는 행복할까
나무를 사랑하면 나무는 행복할까
눈은 행복할까

 

새는 새와 사랑하고
나무는 나무와 사랑하며
눈송이의 오누이도 서로 사랑한다면
정녕 행복하리라

 

그렇듯이
상한 마음 갈피갈피
속살에 품어 주며
그대와 나도 사랑한다면
문득 하느님의 손풍금 소리를 들을지 몰라
보석의 귀를
가질지 몰라

 

 

 

 

겨울 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겨울 바다가 주는 암울한 절망감과 허무 의식을 극복하고 신념화된 삶의 의지를 그린 작품이다. 이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제 1연:기대와 희망이 모두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서의 바다를 그렸다. 과거 회상 시제를 써서 이런 시가 빠지기 쉬운 감상성을 극복했다.

제 2연:사랑의 진실마저 현실적·심적 수난에 사라져 버린 좌절적 체험을 반복했다.

제 3연:물과 불의 대립적 심상을 제시했다. 이는 사랑을 둘러싼 좌절과 욕구, 슬픔과 기쁨, 죽음과 소생의 대립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물과 불의 대립과 갈등 속에는 삶의 모순과 시랑의 좌절을 정화, 극복하려는 노력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

제 4연:대립과 갈등을 넘어서서, 깨달음과 자기 긍정의 상태로의 전환이 시간에 대한 인식으로 표현되었다. 여기서 얼어붙어 있던 죽음의 바다는 새롭게 살아나며 나를 깨우치고 있다.

제 5연∼제 6연:이 시의 주제가 되는 부분으로, 1∼4연에서 겪은 부정과 좌절, 대립과 갈등이 '기도의 문'을 통하여 절망에서 희망으로, 고통에서 환희로, 유한자의 한계에서 무한자의 영원으로 변화한다.

제 7연∼제 8연:7연은 5연의 반복이며, 8연은 5∼7연에서의 삶의 자세가 신념화된 상태를 제시한다. 허무와 절망과 죽음의 초극을 상징하는 '인고(忍苦)의 물기둥'이 단단한 심상을 이루며 이 시의 감동을 고조시킨다.

 

소멸 이미지로서의 '불'과 생성 이미지로서의 '물'이 대립을 이루는 가운데, 이 시는 부정과 좌절, 대립과 갈등을 통해 깨달음과 긍정에 이 르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의 출발은 부재의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이 시에서의 부재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죽고 없는 상태'이며, 다른 하나는 '진실의 동결'이다. 이런 부재의 현실로 인해 화자는 좌절을 느끼지만,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에 서 극적 전환을 이루며 인고의 시간이 주는 삶의 의미를 깨달은 그는 사랑과 구원과 순명이라는 자기 긍정의 자세로 돌아서 구원의 기도 를 드리게 된다.

 

제 1연에서는 기대와 희망이 모두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서의 바다를 그렸으며 제 2연은 좌절의 체험을 반복한다. 제 3연에서 물과 볼의 대립과 긴장의 심상을 제시하는데 이는 사랑을 둘러싼 좌절과 욕구, 슬픔과 기쁨, 죽음과 소생의 대립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물과 불의 대 립 . 갈등 속에는 삶의 모순과 사랑의 좌절을 정화. 극복하려는 노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제 4연은 대립, 갈등은 넘어선 깨달음과 자기 긍정으로의 전환이 표현되고 있다. 제 5, 6연은 주제가 되는 부분이다. 대립 . 갈등이 '기도 의문'을 통하여 절망에서 희망으로, 고통에서 환희로, 유한자의 한계에서 무한자의 영원으로 인도된다.

 

마지막 연에서는 허무와 절망과 죽음의 초극을 상징하는 '인고의 물 기둥'이 단단한 심상을 이루며 이 시의 감동을 정리하고 있다. -김태형 외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이 시의 배경은 겨울 바다이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빈 공간이다. 화자는 이 삭막한 겨울 바닷가를 거닐며 가슴 속 깊이 드리워진 사랑의 허무감에 빠져 있다. 겨울 바다는 곧 화자의 내면 풍경인 것이다.

겨울 바다는 낯설기만 하다. 보고 싶던 새들은 없이, 알 수 없는 새만이 자리한 허허로운 공간이다. 화자 자신의 내면 의식이 반영되었다. 매운 바닷바람에 그대 생각을 하며 흘린 눈물도 얼어 버렸다. 그만큼 화자는 지나간 사랑의 아픔에 고통을 받고 있다.

사랑은 쓸쓸히 흘러갔고 허무감만이 시인의 내면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물결 위에 비치는 불빛마저 허무하게 보인다. 그러나 시간은 언제나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삶을 긍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다시 새로운 의욕을 가져 본다. 삶이 쓸쓸하지만, 그러한 삶의 속성을 인정하고 삶을 껴안는 성숙한 자세가 보인다. 남은 날은 적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성찰의 태도이다.

이것은 내면의 다짐이면서 종교적 절대자를 향한 기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욕과 기도가 끝나면 더욱 치열한 의욕과 기도의 마음이 솟구치는 그런 영혼을 가지게 되기를 기도한다. 아픔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삶의 참된 의미를 화자는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화자의 내면 풍경인 겨울 바다의 황량함, 허무감 속에서 굳건히 자리한 인고의 의지를 슬픔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 슬픔에 깊이 빠지게 되었을 때, 그 슬픔의 의미는 승화될 수 있다. 옅은 슬픔으로 감상적 태도에 빠지는 가벼움이 일반적으로 여성의 시에서 발견되는 데 비해 김남조의 시에서는 진지한 자기 성찰과 운명에 대한 깊은 응시가 수반된다. 이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에서 기인한다. 슬픔을 참으로 느끼고, 그 슬픔의 힘을 기원의 열정으로 옮겨 가는 태도에서 이 시는 진한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겨울 바다에 서 있는 화자의 모습은 수직의 구도를 보여 주며, 고독한 자로서의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단독자로서 살아간다. 인생의 의미와 마주할 때 모두는 이렇게 단독으로 서게 되는 것이다. 화자가 종교적 귀의와 기원의 태도를 가질 때도 역시 단독자로서 선다. 이 시에서 두드러진 단독자의 모습은,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해 주는데, 그러한 삶의 무게에서 고양된 태도를 가지는 화자의 자세는 진지하기만 하다.

 

 

■ 김남조는 인간의 고뇌를 종교적 차원으로 극복하며 긍정적 삶의 윤리관을 강하게 제시하는 시인이다. 이 시는 '겨울 바다'가 주는 암울한 절망감과 허무 의식을 극복하고 신념화된 삶의 의지를 그린 작품이다. '물'과 '불'로 표상된 표면적 허무감과 내면적 의지력 사이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부정과 좌절이라는 '인고(忍苦)의 뜨거운 기도'를 통해 투철한 생의 의지를 가슴속에 새롭게 가다듬고, 겨울 바다를 떠나는 내용으로 깨달음과 긍정에 이르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겨울 바다'의 소멸과 생성으로 대표되는 관념적이고 이중적(二重的)인 이미지와 물과 불의 대립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극적 긴장감을 환기시킨 다음, 수심 속의 물 기둥을 통한 초극 의지를 시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겨울'은 4계절의 끝으로 만물이 무(無)로 돌아간 때이지만, 한편으로는 만물이 재생하는 봄을 잉태하는 때이기도 한데, 이것이 바로 '겨울'이 갖는 모순의 이미지이다. 마찬가지로 '바다'도 물의 순환이 끝나는 종착지면서 동시에 시발지라는 모순의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므로 '겨울 바다'는 죽음과 생성, 절망과 희망, 상실과 획득, 이별과 만남의 복합 이미지의 상징어가 된다.

 

시적 화자는 바로 그러한 이미지의 겨울 바다에서 '미지(未知)의 새'가 죽고 없음을 발견한다. '미지의 새'는 곧, 그 어떤 진실의 실체로 시적 자아가 체험하지 못한 성스러움을 표상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실된 겨울 바다는 죽음과 절망의 공간일 뿐이다. 그 때 살 속을 파고드는 매운 해풍까지 불어 대기에 그간 자신을 지켜 주고 지탱하게 했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는 삶의 좌절을 체험하는 것이다. 절망적인 현실 공간에 매운 해풍이라는 현실적 고난이 닥쳐옴으로써 화자는 더욱 비극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고뇌에 몸부림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을 겪던 그는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 속의 유한적(有限的) 존재라는 것과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치유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통해 긍정적 삶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해 경건한 자세를 가지게 된 화자는 허무와 좌절을 이겨내기 위한 뜨거운 기도를 올리며 영혼의 부활을 소망한다. 그러므로 유한적 존재임을 분명히 자각하며 다시금 겨울 바다에 섰을 때, 그 곳은 이미 죽음의 공간이 아닌 소생의 공간이 되어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가 커다란 물기둥같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의 출발은 부재(不在)의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이 시에서의 부재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죽고 없는 상대'이며, 다른 하나는 '진실의 동결(凍結)'이다. 이런 부재의 현실로 인해 화자는 좌절을 느끼지만, '물 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에서 극적 전환을 이루며, 인고의 시간이 주는 삶의 의미를 깨달은 그는 사랑과 구원과 순명이라는 자기 긍정의 자세로 돌아서 구원의 기도를 드리게 된다.

 

제1연에서는 기대와 희망이 모두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서의 바다를 그렸으며, 제2연은 좌절의 체험을 반복한다. 제3연에서는 물과 불의 대립과 긴장의 심상을 제시하는데, 이는 사랑을 둘러싼 좌절과 욕구, 슬픔과 기쁨, 죽음과 소생의 대립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물과 불의 대립 갈등 속에는 삶의 모순과 사랑의 좌절을 정화, 극복하려는 노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제4연은 대립 갈등을 넘어선 깨달음과 자기 긍정으로의 전환이 표현되고 있다. 제5, 6연은 주제가 되는 부분이다. 대립 갈등이 '기도의 문'을 통하여 절망에서 희망으로, 고통에서 환희로, 유한자의 한계에서 무한자의 영원으로 인도된다.

 

마지막 연에서는 허무와 절망과 죽음의 초극을 상징하는 '인고의 물 기둥'이 단단한 심상을 이루며 이 시의 감동을 정리하고 있다.

 

출처 : 문선생언어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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