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을 만큼 덕 쌓았나요?”
바삭바삭한 초피부각
[매거진 esc]
대전 영선사 법송 스님에게 배우는 특별하고 건강한 사찰음식
“쟤들이 스님 보면 벌벌 떨어요!”
길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을 보고 영선사(대전 서구 도마2동) 불교 신도 송영희씨가 말한다. 옆에는 앳된 얼굴의 법송 스님이 웃고 있다. 스님은 아카시아를 따 부각을 만든다.
“향이 좋은 건 모두 부각을 만들어요.”
부각은 김이나 깻잎 등에 찹쌀풀을 발라 말려 두었다가 기름에 튀긴 요리다.
요즘 ‘참살이’,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맵고 짜지 않은 채식 위주의 사찰음식이 인기다. 사찰음식 대가들의 요리강좌에는 일반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법송 스님도 그런 이다.
영선사에 들어서자 예닐곱명의 신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지지고 볶고 있다. 현재 30여명이 스님께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다. “더 바삭하게 해야지요.” 둥근 보름달 같은 꽉 찬 웃음이 스님의 얼굴에 번진다. 울진이 고향인 스님은 어릴 때부터 들과 산에서 자라는 나물을 맛보며 자랐다.
“고기는 그때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농촌은 대부분 채식을 하죠.”
그의 타고난 “맛을 꿰뚫어 보는 미각”은 고향에서 익힌 것이다. 식재료 하나를 던져주면 10가지 음식을 만들 정도로 스님은 아이디어도 많다. 정식 요리수업을 배운 것도 아니고 유명한 사찰음식 대가를 스승으로 모셔 비법을 전수받은 것도 아닌데 어른스님들이 일부러 찾아와 그의 맛을 볼 정도로 솜씨가 정갈하다.
입소문이 난 스님의 음식은 묵나물과 부각, 장아찌 등이다.
영선사 마당에는 햇볕에 말리는 나물들이 많다. 법송 스님이 나물을 비비고 있다.
말리는 동안에도 여러번 비벼주는 과정을 거쳐야 나물은 부드러워진다
법송 스님 손맛 들어간
묵나물·부각·장아찌
입소문 자자
묵나물은 묵은 나물이다. 제철 나물을 채취해 말려 1년 내내 나물요리를 해 먹는 음식이다. 대표적인 사찰음식이기에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법송 스님의 묵나물은 눈두덩에 살짝 박힌 펄 화장처럼 반짝거리는 맛이 있다. 그 맛은 섬세한 스님의 손길에서 탄생한 양념 때문이다.
“무, 다시마, 표고버섯, 검은 서리태, 가죽 등으로 채수를 만들고 집간장을 부어요.
3분의 1 정도로 줄 때까지 졸여요.”
채수와 집간장의 배합 비율은 1:1이다. 단맛을 조금 내려면 직접 만든 조청을 넣는다. 조청은 작은 반찬통에 담아 팔기도 한다. 판 수익금은 초코파이로 변신해 인근 군부대 군인들의 입으로 달려간다.
“볶을 때 꼭 들기름을 씁니다.”
들기름을 만드는 그의 손길도 정교하다.
“들깨는 볶지 않고 짜요. 가열하면 영양소가 반으로 줄어요.”
들깨가루 만드는 과정도 정성스럽다.
“들깨를 발아시켜 믹서기에 갈아 써요.”
볶을 때도 스님만의 노하우가 들어간다.
“쌀뜨물을 부어가며 해요. 한결 부드러워져요. 쌀뜨물이 없으면 쌀이라도 갈아두죠.”
보관도 철저하다.
“언제, 어디서 채취한 것인지 꼭 적어두죠. 아주 적은 습기에도 상할 수 있어 자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나물은 햇볕을 꼭 봐야 합니다. (포장해서) 파는 것들은 건조대만 거친 것들이 많죠.”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물은 맛 이상의 건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다. 한 가지 당부의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산나물은 여러 종류를 섞어 무쳐 먹어야 더 맛있어요.”
정월대보름에는 20여가지 나물이 영선사 식탁을 수놓는다. 오후 4시가 되면 오곡밥과 나물로 공양을 드린다. 찾아온 신도·주민들과 나눠먹는 맛도 맛깔스럽다.
초피장떡. 톡 쏘는 향이 가득하다(위)
나물요리는 대표적인 사찰음식(아래)
“음식에서 중요한 건 정신
‘3소’ 지키고
음식 버리지 말아야”
스님의 맛에 대한 고집은 화를 부르기도 했다. 10년 전 일이다.
“동학사에 있을 때죠. 봉사하러 온 분들이 소주나 북어 같은 걸 가져왔어요. 다른 스님이 관리하시는데 대부분 절 밖으로 내보내요. 그런데 조금 남은 게 있어 다시마를 요리하는 데 소주 한 번 넣으니깐 비린내가 없어졌어요.”
법송 스님은 엄격하게 규율을 지키는 스님께 걸려 혼쭐이 났다.
부각은 스님이 손을 잡고 이끈 마당에서 만났다. 마당에는 모래가루처럼 바삭하게 말린 초피(제피)잎이 있었다. 찹쌀가루가 잘 발라져 녹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먼 타향 어딘가에 뚝 떨어진 것 같은 낯선 향이 콧구멍을 메운다. 독특한 향 때문에 갈아서 향신료로도 쓰는 초피를 스님은 부각으로 만든다. 초피는 어린잎이 향이 더 강하고 부드럽다. “깨끗이 씻어 말리고 난 다음 찹쌀풀을 바르죠.” 스님의 찹쌀풀은 마치 이사한 집 벽지 바를 때 쓰는 풀처럼 빡빡하다. 눈송이가 앉은 것 같은 초피 잎을 튀겨내자 흰 목련꽃이 만발한 것처럼 고혹적인 자태로 나타났다. 맛은? 독특한 향이 온 입안을 쓰다듬는다. 그 손길이 진해 몇 십 분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바삭함을 알아채기도 전에 말이다.
“상에 나가면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게 부각이죠. 바삭바삭해서 과자 같고.”
감자부각, 쑥부각, 방아부각, 동백부각, 두릅부각, 방풍잎부각 등 스님은 못 만드는 부각이 없다. 영선사를 찾는 이들의 최고의 간식이다. 영선사의 인기 간식은 또 있다.
쑥개떡이다. 특이하다. 파릇한 색이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은 영선사에서는 거짓말이다. 시커멓기까지 해서 보기는 안 좋지만 맛은 으뜸이다.
“쑥을 데칠 때 소금이나 소다를 안 넣어요. 넣으면 색은 더 파릇해지겠지만 저는 안 넣어요.”
식욕을 자극하는 색을 버린 대신 스님은 1시간30분 이상 반죽을 한다. 독성이 없는, 단오 전에 채취한 쑥을 사용하고 쌀가루보다 쑥을 더 많이 넣는다. 쌀가루가 100g이면 쑥은 150g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법송 스님과 스님께 사찰음식을 배운 이들이 90여가지 음식을 해 잔치를 했다. 500여명이 맛을 봤다. 올해 10월에도 50여가지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건강한 사찰음식을 대전지역에서 알리고자 하는 스님의 뜻이 담겨 있다. 법송 스님은 일주일에 하루 서울 나들이도 한다.
지난해부터 동국대에서 사찰음식을 강의한다. 60여명이 기초반에 등록한 상태다. 그는 사찰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정신에 있다고 말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지 않은지”를 살펴야 “그 생각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 있다고 전한다.
3소, 즉 채소 소(蔬) , 적을 소(少), 미소 소(笑)를 지키는 것과 음식을 버리지 않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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