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명자나무 / 장석주

경호... 2012. 6. 7. 01:10

 

 

 

 

 

 

 

명자나무 / 장석주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들을 순례하지 말 것. 모자를 쓰지 말 것. 콧수염을 기르지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을 혼자 견딜 것.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견딤의 한 형식인 것을,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마라.

 

 

 


내 삶이 비루하고 구질구질하다 느낄 때 / 장석주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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