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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자반 /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고등어 큰 놈이 작은 놈을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던지 죽어도 한 몸이다 죽음의 구속으로 얻어낸 저 모진 인연 부부로 함께 한다는 것이 고행임을 저들은 알고 있을까 지그시 겹으로 포개진 팔 지느러미가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슴을 보듬었다 죽어서야 온전히 이룬 부부의 연을 묵묵히 받아내는 모습이다 죽은 눈동자엔 파도가 출렁이지만 배를 열어보니 산고를 겪은 아내처럼 텅 비어 있다 마지막 살점마저 보시해야 열반에 드는 것인지 하얀 소금사리 와스스 쏟아진다
2010 여름호 <다시올신인문학상> 당선작 중에서 사진<네이버 포토앨범>
오영록 시인
1959년 강원도 횡성 출생 2010. <문학일보> 신춘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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