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어떤귀로

경호... 2012. 4. 27. 23:50

 

 

어떤귀로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 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있는데,

빚으로도 못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안에 제멋대로 딩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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