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귀로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 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있는데,
빚으로도 못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안에 제멋대로 딩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놓는다.
'#시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 (0) | 2012.04.27 |
---|---|
가난한 사랑노래 (0) | 2012.04.27 |
상한 영혼을 위하여 (0) | 2012.04.27 |
오늘, 쉰이되었다 (0) | 2012.04.27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0) | 2012.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