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오늘, 쉰이되었다

경호... 2012. 4. 27. 23:49

오늘, 쉰이 되었다.

                 -이면우-

 

서른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핥고 아는체 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전, 무슨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래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이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끝

물방울 같은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 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 한 번

탁 치고는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터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 그릇씩 꼭 대접해

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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