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개 같은 놈 여우 같은 여인/ 김복수

경호... 2012. 2. 1. 00:12

언제부터 개 같은 놈이 여자들 입에 올려 졌는지 모른다.

우리 민박집에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쌍이

사나흘 묵어간다고 찾아들었다

어찌나 다정한지 비둘기도 선배님하며 고개 숙일 정도다.

 

삼 일째 되는 날 우연히 사내 전화를 엿듣고 말았다

 

~ 아무래도 오늘 오후 늦게 세미나가 끝날 것 같아

   응응 애들은 학교 잘 다니고 아무 탈 없지요

   여보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당신과 헤어진 삼일이 삼백년보다 더 긴 것 같구려 ~

 

그들이 머물다 간 자리 마누라는 개 같은 놈이 자고 갔다고

자꾸만 걸레질을 한다.

 

그래도 그들이 떠나고 난 뒤 어쩐지 허전하여

나에게도 숨겨놓은 여우같은 여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여본다.

그래! 나도 개 같은 놈이 맞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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