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개 같은 놈이 여자들 입에 올려 졌는지 모른다.
우리 민박집에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쌍이
사나흘 묵어간다고 찾아들었다
어찌나 다정한지 비둘기도 선배님하며 고개 숙일 정도다.
삼 일째 되는 날 우연히 사내 전화를 엿듣고 말았다
~ 아무래도 오늘 오후 늦게 세미나가 끝날 것 같아
응응 애들은 학교 잘 다니고 아무 탈 없지요
여보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당신과 헤어진 삼일이 삼백년보다 더 긴 것 같구려 ~
그들이 머물다 간 자리 마누라는 개 같은 놈이 자고 갔다고
자꾸만 걸레질을 한다.
그래도 그들이 떠나고 난 뒤 어쩐지 허전하여
나에게도 숨겨놓은 여우같은 여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여본다.
그래! 나도 개 같은 놈이 맞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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