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臥溫/함태숙
지는 해 보자고 순천만 갈대밭 달려갔더니
해는 막 지고
내 살 네 살 없이 안고 누운 겨울 뻘밭 보았네
덥게 누웠다 하여 와온臥溫이라니
지는 해 받느라 더운게 아니고
남의 찬 살 보듬느라 따스한게 온기인가
한 몸을 쪼개어 둘로 떨어진 운주사 와불님네
부처가 꿈꾸는 내세가 있다면 저와 같을 것이라
한 이불 속 누웠다 떠난 인연들
허공에 둥둥 떠 오면 저와 같을 것이라
어느 생에선가 당신을 잃은 줄만 알았는데
당신은 처음부터 여기 있어
만난 바도 떨어진 바도 없다 하니
산다든지 죽는 것도 모두 이 반죽 속이라네
제 몸 떼어 먹는 이 반죽 속이라네
나, 살다가 못내 사무치는 게 있으면
불꺼지 겨울 순천만 찾아가려네
당신은 더웁게 누워 나를 맞이하기 바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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