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내 무덤, 푸르고 / 최승자

경호... 2012. 1. 24. 04:46

 

 

 

 

 

 

 

                             

 

 

 

 

 

 

 

 

 

 

 

 未忘 혹은 備忘 8 / 최승자
  

 

내 무덤, 푸르고
푸르러져
푸르름 속에 함몰되어
아득히 그 흔적조차 없어졌을 때,

 

그 때 비로소
개울들 늘 이쁜 물소리로 가득하고
길들 모두 명상의 침묵으로 가득하리니

 

때 비로소
삶 속의 죽음의 길 혹은 죽음 속의 삶의 길
새로 하나 트이지 않겠는가.

 



 

 하늘 도서관 / 최승자  
 


오늘도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을 한 권 빌렸다

 
되도록 허름한 생각들을 걸치고 산다
허름한 생각들은 고독과도 같다
고독을 빼앗기면
물을 빼앗긴 물고기처럼 된다 


21세기에도 허공은 있다
바라볼 하늘이 있다
지극한 無로서의 虛를 위하여
허름한 생각들은 아주 훌륭한 옷이 된다 


내일도 나는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을 한 권 빌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