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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거(夏安居) / 허형만

경호... 2011. 11. 5. 00:19

 

 

 

 

 

 

 

 

 

 

하안거(夏安居) / 허형만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언제라도 목숨 건 사랑 한번 있었던가.

저 미치게 푸르던 하늘도 눈에 묻고

살결 고운 강물도 귓속에 닫은 채

시간의 토굴 속에 가부좌 튼다.

 

내 살아온 긴 그림자 우련하거니,

누구를 만났던 기억은 더욱 가뭇하거니,

아직도 무슨 미련 그리도 짙어

설풋설풋 서러워지느냐, 울고 싶어지느냐,

알고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깊은 우물과 같은 것,

 

평생을 누추한 내 안에서

우물을 파며 살아온 햇살이며 별들까지

목구멍에 손가락 쑤셔넣어 토해놓고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 첫 차 [황금알]에서

 

 

 

사람을 노래함 / 허형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난 길 따라

소소소 가을 바람 부니

살살이꽃에서 풍기는 살 내음이 황홀하다

 

사람이여.. 살터 온 우주에

새녘 동터오는 새빛 같은 사람이여

샘밑 맑디맑은 영혼이여

 

사람이어서 우리는

서로서로 심알을 맺느니

사람살이 한 평생이 빛이거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