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夏安居) / 허형만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언제라도 목숨 건 사랑 한번 있었던가. 저 미치게 푸르던 하늘도 눈에 묻고 살결 고운 강물도 귓속에 닫은 채 시간의 토굴 속에 가부좌 튼다.
내 살아온 긴 그림자 우련하거니, 누구를 만났던 기억은 더욱 가뭇하거니, 아직도 무슨 미련 그리도 짙어 설풋설풋 서러워지느냐, 울고 싶어지느냐, 알고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깊은 우물과 같은 것,
평생을 누추한 내 안에서 우물을 파며 살아온 햇살이며 별들까지 목구멍에 손가락 쑤셔넣어 토해놓고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 첫 차 [황금알]에서
사람을 노래함 / 허형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난 길 따라 소소소 가을 바람 부니 살살이꽃에서 풍기는 살 내음이 황홀하다
사람이여.. 살터 온 우주에 새녘 동터오는 새빛 같은 사람이여 샘밑 맑디맑은 영혼이여
사람이어서 우리는 서로서로 심알을 맺느니 사람살이 한 평생이 빛이거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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