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의 목록
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졌다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세상에는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가
나도 나를 버리는데 반생이 걸렸다
걸려 있는 연(緣)줄 무슨
연보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내 업을
끌고 왔을 것이다 만남은 짧고 자국은
깊다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다
천양희
1942 부산 출생
경남여고 졸업.
1966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65 ≪현대문학≫에 박두진의 추천으로 <정원(庭園) 한때><화음(和音)><아침>을 발표, 등단.
1996·문학사상사 주관, 제10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수상작 : 단추를 채우면서>
1998·현대문학사 주관, 제43회 현대문학상 수상 <수상작 : 물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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