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속에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 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 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
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웅덩이속 송사리떼를 생각했지요
연어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
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生도 물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건 물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물먹고 산다는 것은 물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물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속에서 자맥질하지요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
도덕경에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아니하고,
사람들이 미워하는 곳에 머무니 도에 가깝다."
"거하기에 땅과 같고, 마음은 연못과 같고, 베풂에 어질고,
꾀함에 믿음이 있고, 다스림은 바르고, 일에 능하고, 움직임에 때를 안다.
무릇 다투지 아니하므로 허물이 없다" 하지요.
오늘은 좀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는군요.
노자는 물을 빌어 '최고의 선'을 가르쳤습니다만,
자연의 어느 하나 우리 삶과 무관하게 움직일까요.
한갓 수초가 물의 흐름에 따라 흐르지 못하고
뿌리 내려 물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저 어수선한 세상 세월에 휩쓸리지 아니하고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내야 할 우리 삶과 다르지 않음이겠지요.
어려운 삶,
어려움에 또한 딛고 나아가는 '보람찾기'가 우리 삶이기에...
'#시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진 것들의 목록 - 천양희 (0) | 2011.07.25 |
---|---|
물에게 길을 묻다2/천양희 (0) | 2011.07.25 |
물에게 길을 묻다/천양희 (0) | 2011.07.25 |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외수 (0) | 2011.07.20 |
이 생각이 없으면/이병철 (0) | 2011.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