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時俱進(여시구진)
춘추시대 宋(송)나라에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밭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마침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그 나무에 부딪히고는 죽었다. 농부가 횡재했다. 그는 아예 농기구를 버리고 나무를 지키기로 했다. 다른 토끼가 또 부딪히기를 기다린 것이다. 토끼가 다시 올 리 없다. 송나라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을 뿐이다.
「韓非子(한비자)」五蠹(오두)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守株待兎(수주대토)’에 얽힌 고사다.‘앞뒤 꼭 막힌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인다. 이 말은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글귀를 봐야 그 뜻이 명확해진다. 『韓非子』의 글귀는 이렇다.
“많은 사람이 옛날로 회귀하자고 주장하고, 과거의 정치제도를 사용하자고 한다. 오늘에 맞지 않는 정치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나무 기둥을 지키는 농부와 같은 부류다(皆守株之類也).” 한비자가 ‘수주대토’를 얘기한 이유는 결국‘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혁신하라’는 뜻이었다.
현대 중국의 교육학자이자 사상가인 차이위안페이(蔡元培.채원배.1868~1940)선생은 ‘수주대토’의 원뜻을 설명한 뒤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이는 그가 1910년대 쓴 『中國理論學史(중국이론학사)』에 등장한 말로 ‘시대 조류에 맞춰 나가자’는 뜻이다. 그는 “현재 중국 사조는 낡아 허물어져가는 것을 부둥켜 안고(抱殘守缺) 스스로 고립돼 전진이 없다(固步自封)”며 “서양 학문을 적극 배워 시대조류에 맞춰 전진하자(與時俱進)”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