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유의 詩

금 간 꽃병

경호... 2010. 12. 5. 20:24

금 간 꽃병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쉴리 프뤼돔

 

 

1901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1839년 프랑스 출신이며, 점원의 아들로 태어나 과학자가 되기를 원했지만 시력에 문제가 있어 포기했다. 실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감상적인 시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절제와 객관성, 정확한 묘사 등을 추구하는 시 운동 파르나시앙(고답파)의 영향을 받아 서정성을 탈피해 철학적인 사상을 표현하는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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