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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의 찻잔

경호... 2010. 11. 24. 12:30

      마흔살의 찻잔 언제 나를 위해 예쁜 접시 받쳐 보았나? 뜨거운 물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차 알갱이를 보면 나도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급히 마시다가 입술 데이고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 버리는 찻잔을 저으면 왜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이는지. 오늘 마흔 살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내 생일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식구들 벗고 나간 허물을 바라보니 앞니 빠져 못 웃는 작은 아이, 여드름이 속상한 큰아이 감원 바람에 어깨 시린 남편 그 얼굴 하나씩 찻잔에 어른거려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마실까? 쓴맛이 없었던들 달콤한 맛을 어떻게 알리.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거울 앞 내모습은 왜 이리 초라한지 주머니 가볍고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지. 마흔 살 생일에 차 한잔 내 삶의 향기 지키며 산다. - 좋은글중에서 - ---------------------------------------------- 사 오십은 붙잡는 사람. 만날 사람 없지만 바람이 불면 가슴 서리게 울렁이고 비라도 내리면 가슴이 먼저 어딘가를 향해서 젖어든다. 사 오십은 세월앞에 굴복해 버릴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마음이 시려진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린다. 시간을 초월한 감성은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오르고 싶어 한다 사 오십은 말하고 싶지 않은 세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 되는 나이, 홀가분히 벗어 나려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그리고 마흔은 젊은날 내안의 파도를 잠재우는 나이, 그 마흔이 세월의 무게로 나를 누른다. 사 오십만 넘기면 휘청 거리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형체를 알수 없는 색깔은 나를 물들이고 내안의 숨겨진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곧잘 흔들린다. 아마도 이건 잘 훈련 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삶의 자세일 뿐 일 것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더없이 푸른 하늘 회색빛 높게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가을 향기도 모두가 내가 비켜가야 할 유혹 창가에 서서 홀로 마시던 커피,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늘 즐겨 듣던 음악도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 지고 사람을 만나고 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사소한것 까지 그리움과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나이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 으로 남는 것이 아닌 슬픔으로 남는 나이 사오십, 불혹, 흔들리는 바람... ♬배경음악:Once Upon A Dec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