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숨기는 벗이여
살아 온 세월보다 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바람향내 맡으며 살아가야 할 길 있다면
멈칫거리지 말고 길 나서세
주어진 날들이 나에겐들 짐이 되겠는가!
자네에겐들 거치겠는가!
생각해보면 누구에겐들
아름다운 날들이 아니겠는가!
뭘 그리도 각박하게 사는가!
눈인사라도 하고 살지
왜 손님처럼 어색하려하는가!
자네와 나 사이에 맺어진 우정이란 그리
무가치한 것이 아니거늘 무엇 때문에
마음 숨기려하고 늘 기웃거리기만 하는가!
벗이여! 내 사랑하는 그대여!
자존심 따윈 벗어던지자
먼저 인사하고 먼저 안부 물음이
그리도 지는 삶이던가!
이기면 무엇하고 설령 져 주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그 어디 있겠는가!
이기려고도 하지 말고 져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
우리의 만남이 우정 아니던가!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 놓은 어색함이라할지라도
그 많은 이전의 시간이 이미 우리를 가까이 묶어 둔 것을
운명이라고 믿는 신뢰를 다시 한 번 매듭지으세!
우리 사이에 이제 변명은 어울리지 않는 사치일 뿐일세!
더 이상 몰래 왔다가 사라지는 숨바꼭질 같은
아이들의 장난은 묻어두고 불혹에 걸 맞는 무게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하세
벗이여!
내 사랑하는 그대여!
- 김철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