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마지막을위한이야기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입니다.

경호... 2008. 12. 5. 20:0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년 정초가 되면 이런 덕담을 주고 받게 됩니다. 그런데 진정 복을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천축국으로 복 받으러 떠난 총각' 이라는 재미있는 예화가 있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 있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몹시 가난해서 장가도 못 가고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아가던 이 총각은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소문을 듣자 하니 부처님께서 복을 주신다니, 부처님을 직접 찾아뵙고 복을 받아오기로 한 것입니다. 천축국으로 머나먼 여행길을 떠난 어느 날 밤,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총각에게 커다란 기와집이 보였습니다. 이곳을 찾아가니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총각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렵사리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길을 떠나는 총각에게 여인은 두둑한 노잣돈과 함께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부처님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앞일에 대해 여쭈어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청상과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앞길이 막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길을 가던 총각은 세 명의 동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동자들은 각각 보배덩어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흙 속에 묻고 물을 주곤 하였습니다. 사연인즉, 그 보배덩어리에서 줄기가 나와 꽃을 피워야 승천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이 총각에게 부처님을 만나거든 어떻게 해야 꽃을 피울 수 있는지 여쭈어 달라 신신당부를 하였지요. 천신만고 끝에 천축국에 거의 이르렀지만, 엄청나게 커다란 강을 만나 건널 수가 없었던 총각은 주저 앉아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커다란 이무기가 나타나 사연을 듣고 강을 건네주었지요. 그 대신 부처님께 용이되어 승천할 수 있는 비결을 여쭈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드디어 천축국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게 된 총각은 복을 달라 간절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복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복이라는 것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이라서, 부처님조차도 주거나 받거나 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아무리 붙들고 떼를 써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세간에서 부처님께 복을 빌면 받을 수 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하는 하소연도 하여보았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이키던 그 총각에게 문득 도중에 부탁받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제 복은 그만두고, 도중에 부탁받은 일이나 여쭈어보겠습니다." "그래 말해보아라."

 

"홀로 사는 여인과 보배덩어리를 가지고 꽃을 피우려는 동자들, 그리고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는 어떻게 햐야 되는 겁니까?"

"하하하, 그런 일이라면 가르쳐 줄 수 있지. 이무기는 욕심이 많아 여의주를 두 개나 물고 있어서 승천하지 못하는 거지. 하나만 물고 있으면 승천할 수 있다고 전하여라. 보배덩어리는 각각 꽃을 피울 것이 아니라. 서로 협조해서 두 개를 한군데 묻고 물을 주면 꽃을  피울 수 있단다. 홀로사는 여인은 청상과부 되고나서 처음으로 집에 유숙한 남자에게 시집가면 잘 살게 될 거라 전해주거라." 

 

그대로 전해주니, 이무기는 여의주 하나를 뱉어내고 승천해 용이 되었습니다. 남는 여의주 하나는 총각의 몫이 되었지요. 보배덩어리 두개를 묻고 승천한 종자들도 나머지 보배덩어리는 총각에게 주었으며, 여인이 과부된 후 처음으로 만난 남자는 다름아닌 총각 자신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총각은 무량한 큰 복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예화를 통해 우리는 진정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느끼게 됩니다. 두 손 모아 빌어 간절히 원해서 받는 복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나의 삶이 내 것이 아닌, 그 누군가에게 의지한 삶임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두 손으로 복을 만들어야 하지요. 이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내 삶의 주인 된 위치에서 하나하나 복을 지어 함께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사랑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 주는 사랑이야말로 당신이 충만함을 말해주는 사랑일 것입니다.

충만한 당신의 사랑은 복을 짓는 밑거름이 될뿐더러 복을 전파하는 바람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지닌 사랑의 꽃씨를 널리널리 퍼뜨려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