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마지막을위한이야기

과정을 즐겨야 수행이 즐겁습니다.

경호... 2008. 11. 29. 12:07

좌선을 하다 보면 잡념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이런 기억들까지 내 마음에 존재하고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갖가지 번뇌 망상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곤 하지요. 그래서 어떤 때는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이렇게 앉아 있기를 계속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쉽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잡념이 일어나는것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목석을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깎어서 앉혀 놓는다면 번뇌 망상이 떠오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잡념이 떠오른다는 것은 펄떡펄떡 피가 흐르고 있다는, 다시 말해서 몸과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인 셈이지요. 다리가 아픈 것은 몸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잡념이 떠오른다는 것은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잡념이 일어날때, 이 잡념에 마냥 이끌려 다니지만 않으면 됩니다. 얼른 잡념이 일어난 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돌이켜서 화두를 잡아 나가는 것, 이것이 수행의 비결입니다.

 

그러므로 옛 스님들이 말씀하시기를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잡념이 일어난 줄 알아차리지 못할까 두려워하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물론 마음을 돌이키는 수행이 처음부터 수월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차츰 돌이키도록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쉬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힘 덜어지는 곳(省力處)이 곧 힘을 얻는 곳(得力處)'인 게지요. 마음 돌이키기가 쉬워지는 만큼 수행의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마음 돌이킴이 조금씩 쉬워짐을 알게 되면 즐거워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 상대방이 필요 없는 즐거움,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즐거움인 것입니다.

 

수행이 꼭 미래의 깨침에만 목표를 두고 최종적 깨침을 얻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그 목적지까지 도달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결과도 즐겁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미래의 깨침에만 마음이 가 있다면 현재의 마음은 공허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한 군데 밖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마음이 공허하다 보니 결국 다른 수행법들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몸이나 마음을 닦는 수행법은 가지와 잎사귀를따는 것입니다. 본마음을 보아야 뿌리를 뽑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가지와 잎사귀를 따는 일에 평생을 바칠 것인가요? 아님 근본줄기와 뿌리를 다룰 것인가요?'

몸과 마음이 실재한다는 고정관념을 내려놓으십시오. 그 단순한 내려놓음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것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당신은 참으로 멋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