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다 바람같은 거야/묵연스님

경호... 2008. 9. 9. 11:27

다 바람같은 거야


묵연스님


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다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한순간이야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같이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듯

가을바람 불어 그 곱던 잎들을 떨어뜨리는 것도

덧없는 바람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 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 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며 아파하나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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