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참선교육의 내용
(1) 좌선의 자세
1) 일체 중생이 모두 다 깨달아 지이다.
지혜를 배우는 사람들은 먼저 큰 자비심을 일으키고 넓은 서원(誓願)을 발하여 정미롭게 삼매(三昧)를 닦아야 한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서원하고 내 한 몸만을 위해 해탈을 구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인연을 놓아 버리고 만사를 쉬어, 몸과 마음이 하나 같고 움직이고 고요함에 틈이 없어야 한다. 음식의 양을 헤아려 너무 배부르거나 배고프지 않게 하고, 잠을 조절하여 모자라거나 지나치게 하지 말라. ―《좌선의》―
대승불교의 특징은 강력한 서원을 발하는 데 있다. 선불교도 역시 대승불교이다. 그러므로 좌선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원을 해야 한다. 참선의 목적이 견성(見性)에 있다면, '일체중생이 모두 다 견성하여 지이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 내가 빨리 깨쳐서, 중생들을 제도하겠습니다 한다면, '나'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오히려 깨달음에서 멀어질 수가 있습니다. 깨친 이의 특징이 아상(我相)의 소멸이라고 할진대, 오직 내가 수행해서 내가 깨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면, 자칫 아상을 증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승불교인이라면 마땅히 '일체중생이 모두 다 깨달아 지이다'라고 발원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모든 인연을 놓아버리고 만사를 쉬어, 몸과 마음이 하나같고 움직이고 고요함에 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하면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게 하라!'는 것이다. 몸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마음도 여기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면 집이나 혹은 다른 곳에 가 있지는 않는가? 과거나 미래를 오락가락하고 있지는 않는가?
여기 한 여행자가 있다고 하자. 만일 그 사람이 여행 떠나서는 집 걱정이나 하고, 집에 와서는 여행지에 철저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는 현명한 것일까? 아니면 집에 있을 때는 그저 집안 일에 충실하고, 여행을 떠나서는 그저 여행지에 충실한 것이 현명한 것일까?
쓸데없는 근심걱정 다 놓아버리고 오직 몸이 있는 이 곳에 마음이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수행의 시작인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식(過食)을 하거나 자극성 있고 탁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좌선(坐禪)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갈한 음식을 발우에 약간 적다 싶게 받아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정갈한 마음에 도움이 된다. 소화가 잘 되어야 앉아 있기에 거북하지도 않고 졸립지도 않다. 잠도 6시간이면 충분하다. 생각을 적게 하고 언행을 절제하면 심신이 그다지 피곤하지 않은 까닭에 잠을 다소 적게 자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참선수련회의 모든 과정은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배려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잊어버리고 그저 남들 먹을 때에 함께 먹고, 잘 때에 자고, 좌선할 때 좌선하고, 절할 때 절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수행이 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아무쪼록 자기를 드러내려 하지 말고 그저 대중 속에 묻혀 하나가 되십시오. 그것이 무아(無我)를 체험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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