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世上萬事

無腸公子

경호... 2007. 10. 18. 16:27

'무장공자(無腸公子)'가 무슨 말인가? 창자가 없는 귀공자를 말한다. 바로 게(蟹)다.

뻘밭에서 옆으로도 잘 기어다니는 게를 옛사람들은 참 부러워하였다.  몸에 창자가 없으므로 단장(斷腸)의 고통이 없는 삶을 살다 가기 때문이다. 애간장이 녹을 일이 없다. 얼마나 인생살이에 시달렸으면 창자 없는 게를 다 부러워하였겠는가! '근원수필(近園隨筆)'에 보면 이 '무장공자'에 대한 시 한 수가 소개되어 있다.

 

'만정한우만정추(滿庭寒雨滿汀秋 뜰에 가득 차가운 비 내려 물가에 온통 가을인데),

득지종횡임자유(得地縱橫任自由.제 땅 얻어 종횡으로 마음껏 다니누나),

공자무장진가선(公子無腸眞可선.창자 없는 게가 참으로 부럽도다),

평생불식단장수(平生不識斷腸愁.한평생 창자 끊는 시름을 모른다네)'

 

이 시의 원작자는 조선 후기 한학자인 윤희구(尹喜求.1867~1926)로 되어있다.

게를 보고 이러한 詩를 쓸 정도면 이 양반의 한 세상도 간단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을 단풍이 조금씩 물들어 가는 요즘 꽃게가 한창이다.

서해안에는 올해 꽃게가 풍년이라고 한다. 동해안에는 대게와 털게가 유명하고, 남서해안에는

꽃게.민꽃게. 칠게 . 방게. 그리고 제주도에는 홍색민꽃게가 잡힌다.

'규합총서' 에는 '게' 요리에 대하여 여러 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게 오래두는 법, 소금으로 게젓 담그는 법, 장으로 게젓 담그는 법, 게 굽는 법,게찜 등이 소개되어있다

 

우리나라  종가(宗家)가운데 게장으로 유명한 집안이 논산 노성리에 있는 '윤증고택'이다.

논산 노성리는 '노성참게'의 산지였다. 노성참게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던 참게였다.

금강 하구의 뻘밭에서 산란을 하기 위하여 참게가 노성리까지 올라오다 보면 운동이 많이 된다.

그래서 털이 빠지기 마련이다. 털이 빠지면 먹기가 좋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많이 하므로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윤씨 집안에서는 이 참게를 잡아서 우선 참기름통에 담가 놓았다고 한다. 그러면 참기름이 게에 스며들어서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참게가 가슴속 결열(結熱)을 다스리고, 위기(胃氣)를 좋게 하여 소화력을 향상시키며, 산후에 배가 아픈 통증을 다스린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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