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연가/마광수

경호... 2007. 10. 2. 05:49

연가

시 : 마광수

내사랑,얼굴은좀못생겼지만
내사랑,그래도나를위해손톱을아주아주길게길러주는
내사랑,그손톱마다매일다른색깔의매니큐어를발라주는
내사랑,그긴손톱을매일뾰족하게날카롭게갈아
내사랑,그손톱으로내몸뚱아리를매일매일할퀴고긁고찔러주는
내사랑,그녀의눈두덩에황금빛아이새도우를짙게발라주는
내사랑,빗자루같은긴이조속눈썹을붙여그것으로나의얼굴따끔따끔쓸어주는
내사랑,입술의핏빛립스틱으로내목위에이마위에언제나달콤한그림을그려주는
내사랑,언제나15cm높이의송곳같이뾰족한하이힐을신어주는
내사랑,그하이힐굽으로가끔씩내목을살며시밟아주는
내사랑,언제나아주진한향수를뿌려나를메슥메슥취하게하는
내사랑,언제나말없이나의품에안겨내가숨을보드랍게혀로맛사지해주기만하는
내사랑,항상무릎위30cm의미니스커트만을입고다녀나의권태를위로해주는
내사랑,목에무거운이집풍의놋쇠목걸이,귀에는1kg
무게의무겁고투박한강철귀걸이를달아그무게에눌려서라도내게서절대로도망못가리라고나를
안심시켜주는
내사랑,코에는코걸이발목에발찌발가락마다엔발가락찌손가락마다엔반지팔목엔팔찌배꼽밑엔배찌
내사랑,허벅지까지드리워진길고풍성한머리털,머리털엔오색찬란한염색물감
내사랑,언제나나의허무를관능으로메꿔주는
내사랑,언제나나의고독에노예처럼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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