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 몸통 속에
무엇이 겨울내내 꿈을 꾸고 있었을까?
햇살이 잠을 깨우니 신비한 싹이 돋는다.
따사로운 햇살이 입을 맞추듯
일어서라고 손을 잡아준다.
세상을 꽃병 삼아 뿌리를 내린다.
어찌 그리 어여쁜가?
눈으로 묻고, 입으로 묻고, 귀, 코로 물어도
알 수 없는 미소만 날마다 달라질 뿐 끝끝내 말이 없다.
세상의 공기 내음 하얀색으로 갈아 입일까?
빨간색으로 주황색으로 노란색으로 수를 놓을까?
날이 갈수록 그 향기 형형색색 그림을 그린다.
아---! 심술궂은 바람이 분다.
산 넘어 숨어 있던 그 바람이 분다.
한 순간 품안에 꽃을 안을 듯,굶주린 맹수처럼 들이 닦친다.
꽃잎이 떨고 있다.
바람에 떨고 있다.
꽃잎이 바람에 빰을 맞는다.
웃는 얼굴 미소에 멍이 든다.
어여쁜 꽃 잎, 가엽은 꽃잎
눈물 맺은 얼굴로 세상과 인사한다.
춤을 추듯 날아간다.
나비처럼 날아간다.
물위에 떨어진다.
마지막날 세상의 모습 물 속에 그려 넣는다.
마지막날 세상의 모습 물 속에 새겨 넣는다.
내년에도 세상을 꽃병 삼아 다시 피려나
그 모습 물 속에 담는다.
물 속에 담는다.
물 속에 담는다.
열흘 동안 어여쁨을 뽐내며
세상을 홀리던 그 자태
봄이가고 있구나.
봄이 다 가고 있구나.
너도 따라 가는구나.
화무십일홍아! 화무십일홍아!
화무십일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