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유우머

신정아...변양균

경호... 2007. 9. 24. 02:49


사랑하는 정아에게


 


어제는 중앙일보에 너의 인터뷰기사가 떴더구나. 나도 그 기사보고 뚜껑이 5만번이나 열릴뻔 했다. 그동안 내가 너를 위해 못할 일, 안한 일, 개쪽팔릴 일, 가릴거 없이 뛰었는데... 뭐라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한다고? 정말 기가 막히더라. 아직도 눈만 감으면 니 몸, 아니 니 얼굴이 선히 떠오르는데, 어떻게 나를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수가 있는지, 진짜 환장하겠다.

 


정아야~ 너는 그나마 뉴욕에서 편히 지내겠지만... 나는 완전히 조때부렸다. 인생 한방에 간 사람은 정아 니가 아니라 바로 나란다. 내 인생은 너 때문에 완전히 한방에 가부렸다고. 사랑이 죄라면 죄겠지. 이제와서 누구를 원망하겠어? 어제도 밤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오질 안터구나. 그저 우리의 사랑이 헛되지 않기만를 간절히 빌 뿐이야. 너를 믿어도 되겠찌?   

 


제발 부탁인데, 앞으로는 인터뷰같은거 하지 말아주길 바래. 자기 입에서 또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내가 조마조마해서 못견디게따. 나 정도의 인물이 빽이면, 그런 빽은 수도 없이 많다며? 내 비록 평소에 니가 뻥이 쎈줄은 알고 있었지만, 나 정도가 빽도 아니면, 도대체 너의 진짜 빽은 누구란 말이냐? 설마 나 말고 딴 남자가 있는거는 아니겠지? 같은 오피스텔에 산다는 그 홍가 놈, 아니 홍총장은 아닐테고. 진짜 나보다도 더 쎈 놈이 있다는 소리야? 이 생각을 하면서 어제는 날 밤을 샜다.

 


사랑하는 정아~ 지난 두달간 자기도 정신이 없었겠지만 나도 참 정신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과테말라에서 전화까지 때렸겠냐?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내가 너한테 시간을 벌어줄랴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딴사람은 몰라도 너는 잘 알리라 믿는다. 그런데 그깐 콤퓨터 하나 처치를 못하고 후딱 날라뿌면 어카냐? 기왕에 날를거면 콤퓨터 하드도 가지고 날라야지. 

 


그리고 내가 준 목걸이하고 귀걸이... 그걸 그냥 놔두고 가면 어쩌냐? 튈랴면 영수증이라도 없애고 튀어야지, 그걸 그냥 놔두고 가면 나보고 어쩌라고?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제는 빼고박도 못하게 되부렸다. 너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러타는 소리야. 영수증까지 첨부해서 증거를 들이미는데 나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어? 

 


머리는 모자쓰고 뎅기라고 달려있는게 아니자너?

미안~ 쏘리~ 너무 답답해서 해본 소리야.

 


정아~ 자기도 괴롭겠지만, 지금 나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그동안 일 때문에 과천 집에 못간다고 와이프한테 구라친거 다 뽀록났다. 오피스텔 얻은거며, 목걸이 사준거며, 이메일이며, 완전히 다 뽀록났다고. 그러니 와이프가 뚜껑이 안열리겠어? 오늘 신문에 보니까 와이프가 엇그제 권여사님을 만나고 왔다는구나. 지 뚜껑이 열리는데 내 구명운동 할리는 없고, 둘이서 무슨 예기를 나눴는지 나도 모르겠다. 정아~ 자기랑 권여사랑 친하면 전화 한통 때려주련?  

 


요새는 하루 하루가 사는게 아니야. 어디서 부터가 어긋났는지, 지금 생각같으면 확 죽고도 싶은데, 자기 생각하면 또 마음이 바뀌고, 이럴 때 자기가 내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뉴욕으로 확 튀어버릴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 벌써 출국금지 먹었다는구나. 참 일이 꼬일랴니 별거이 다 속을 썩인다.

 


참 변호사 사서 예일대 박사학위 조사한다는거 그거 이제 고만하렴. 우리 선수끼리 그러지 말자. 더이상 그래봐야 돈만 깨지고 말짱 황이야. 나도 예일대에서 석사까지 했는데 예일이 무슨 메일오더 대학도 아니고. 이제는 구라를 쳐도 더이상 안먹히는거 자기도 잘알지? 미술대학 나오고 1년만에 MBA 땄다고 구라친거는 내가 봐도 말이 안돼거덩? 그러니 학위예기는 더이상 안했으면 조캐따.

 


사랑하는 정아~ 여기 날씨는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단다. 추석도 다가오는데, 나는 추석을 집에서 보낼지, 길거리에서 보낼지, 아니면 철창에서 보낼지, 그거또 모르겠다. 뉴욕 날씨는 어때? 맨하탄에 좋은 식당도 많은데 맛있는것도 먹고 다니렴. 쪽팔리는 거는 잠깐이고, 배고픈거는 오래가는 법이야. 나도 이제 쪽팔릴거 다 팔리고, 한국에서는 별로 희망도 안보인단다. 자기나, 나나, 이제 한국에서 살기는 틀렸고, 우리 그냥 미국에서 같이 살까? 요새는 별 생각이 다 든단다.

 


정아야~ 두서없는 글 이제 고만 접어야겠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전화해서 자기 목소리라도 듣고싶지만, 너도 알다싶이 내가 전화걸기는 요새 좀 그렇거덩. 이 이메일도 읽는 즉시 없애고 (참 그냥 딜리트하면 조때는거 알지? ㅎㅎ). 우리가 언제나 다시 만날수 있을지, 그저 우리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만을 바랄 뿐이란다.

 


그럼 몸조심하고. 안뇽~

 

 


서울에서.

인생 한방에 조진 어리석은 인간이.

 


 

(피에쑤): 이 편지를 쓰고 바로, 인터넷에 니 누드사진이 떴다. 문화계 유력인사 집에서 찍은 사진이라는데... 니가 나한테 어캐 이럴 수가 있냐?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눈알이 튀어나올뻔 했다. 니 사진이 실린 문화일보는 지금 트래픽 오바로 접속도 안?쨈?. 나는 사랑 하나에 내 인생을 걸었는데... 이기 무슨 개조까튼. 하여간 너는 이제 죽어따. 이런 씨바~ 진짜 돌아뿌겠네.



" 실장은 과연 깜이 되는 사람이냐, 아니냐...
"국민 배심원 의 첫 깜 재판




정아야~~ 청춘을 돌려다오


 

 

신양이 변 실장에게 보낸 은밀한 편지

2005년 12월 13일



전화하고 싶었어요.

낮부터요.

정오에는 우리 미술과넹서 일하게 될 큐레이터랑 면담을 좀 하느라 바빴고 참 제
가 얘기했던가요.

파리국리빔술학교에서 복원미술을 전공한 젊은 친군데 실력이 만만찮아요.

전공이 아니라 이쪽에서 일 하는 게글쎄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경험삼아 큐레이
터 일을 좀 해 보겠다 해서 임시로 채용하게 되었거든요.

아무래도 곧 성곡을 떠날 것 같기도 해서 제 뒤를 맡아줄 사람도 필요한 시점이구
요.

우리 미술관에서 소장중인 조선중기 작품 몇점이 상태가 시원찮아 보관중인 게 몇
 점 있는데 그 친구에게 한번 맡겨 봐야겠어요.

미술품 복원작업은 한 두사람 손을 거치는 게 아니라 그 친구에게 전적으로 의지
할 수는 없지만 장비로 숨어 있는 손상 부위도 찾아내야 하고 복원 부위를 정해
아주 디테일한 작업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작어비 끝나면 대중 앞에 선보이기 전에 당신께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요.

당시의 풍속도이긴 한데 선비차림의 양반신분으로 보기 드물게 젖가슴을 풀어헤치
고 있는 아낙의 젖가슴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그림이에요 자세히 보면 선비도
바지를 허리춤까지 내려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풍속화라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춘화는 절대 아니죠. 예나 지금이나 다들 체
면 차리고 살지만 가능하다면 아낙의 젖무덤 아니라 어디라도 여자라면-그 여자가
 그 사람의 연인이라면 더 깊은 곳에 얼굴을 파묻고 하루를 나고 싶지 않을까요.

당신은 전설 속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여걸 유디트 손에 죽은 홀로페르네스처럼 나
에게 성적으로 유혹당해 죽음에 가까운 정사를 한번 했으면 하셨지만 저는 빈 시
내 남쪽에 있는 바로크 궁전 벨베데레에 소장된 클림트 그림 키스처럼 두 남녀가
꼭 껴안고 성적 교감의 여명을 틀며 시작하는 정사를 당신과 꿈꾸고 있어요.

에로티시즘이 순간적인 육체의 환락이 아니라 영원으로 진입하는 일종의 관문처럼
 순간적인 정사의 덧없음을 초월해 욕망의 숭고한 충족

충족에 이르도록 노력한 클림트처럼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요.

곱슬머리의 남자가 꼭 껴안은 여자의 더 없이 행복한 표정, 오르가즘 직전의 환희
가 표현된 얼굴의 그 그림을 보면 저도 언젠가 그런 정사를 하리라 했죠.

그 남자가 내게 당신으로 다가왔다는 걸 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죠.

지난 가을 저의 미술관에 들렀던 당신을 본 순간 저는 부끄럽지만 클림트의 그림
을 떠올렸죠.

그림속의 곱슬머리는 부드럽게 컬이 져서 넘어간 당신의 희끗한 머리로 대체되었
고 나는 속옷을 입지 않고 화려한 노란 무늬의 긴원피스만 겉옷으로 걸치고 있었
죠.

당신은 당시 중국현대작가 초대전을 관심있게 둘러 보셨죠.

내게 다가와 왕청의 작품에 대해 물어왔을 때 저는 알몸을 내 보인 듯 얼굴을 붉
힐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상상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충분한 성적매력을 지닌 남성이었죠.

두번째 만남에서 당신이 남한강을 따라 드라이브만 하고 저를 저의 집 앞에 내려
주셨을 ??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르셨을 거에요.

키스라도 없었더라면 저는체면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당신을 나의 아파트로 유인
하여 죽음에 가까운 정사를 펼쳤을지도 몰라요.

저는 너무 뜨거워져 있었거든요.

키스?

뭐랄까 당신의 키스에서 저는 오월에 청보리가 익어가는 맛을 느꼈어요.

청보리 말이죠.

풋풋한 풀 내음과 알곡이 영글 때 풋알들이 껍질에 밀착되어 밀도가 촘촘해지는
질감 그 모든 것이 당신의 키스 속에 있었죠.

고백하지만 제가 예일에 다닐 때 조금 사귀었던 의대생인 스티븐과도 나누지 못한
 영적인 키스였어요.

당신도 그러셨잖아요. 정아는 자그마한 체구로 그곳 친구들에게 인기가 짱이었을
거라구요.

스티븐은 아버지가 상원이었는데 저를 무척 좋아했죠.

결혼도 생각했었지만 후후.

그랬더라면 당신과 나누고 싶은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이룰 수 없겠죠.
당신과 나는 앞으로 긴 길을 걸어갈 거에요.
당신이 그 옷을 입으려 하실지 모르지만 첫 정사를 저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
어요.



클림트에 나오는 남자가 입었던 황금색 가운 그리고 저는 비슷한 패턴의 쉬폰 실
크 원피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 키스 씬으로 시작해서 클림트의 유디트1으로 끝나는 섹스 말이죠.

have nice day

당신의 신다르크로부터.(저를 신데렐라라고 부르지 마세요 꼭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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