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박영길 (낭송:이혜선)
그대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흐린 하늘에 보이지 않는 별과 달을 찾으며
청명한 내일이 오면 별과 달은 뜨겠지 하며
그대가 듣지 못할 혼자만의 중얼거림으로
하얀 공간의 여백을 채워 갑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건강도 하시고요?
사는 것은 어때요?
마음은 편안하신가요?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많은 사람이 말은 하지만
그래도 늘 그대의 안부가 그리웠어요.
며칠 전 백합을 닮은 꽃을 한 송이 샀어요.
아주 붉은 꽃은, 열십자 방향으로
피어나 밤낮없이 피어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이름은 안 물어보고
꽃이 피면 얼마나 가요?
내년에도 또, 꽃피나요?
괜히 꽃에, 마음 주었다 금방 시들어
작은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꽃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꽃이야 피면 시드는 것이고
사람도 정들다 이별하면 당연한 아픔인데
괜한 이별의 아픔을 미리 걱정했나 봐요.
늘 건강히 잘 지내세요.
언젠가 바람이 불어,
이 부치지 못한 마음의 편지가
나와 그대가 이 세상에 머물던 시간에
그대에게 닿았으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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