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인생/최영미

경호... 2007. 9. 7. 03:55
    인생 / 최영미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 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 산만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으면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시간은 레일 위에 미끄러져 한 쌍의 팽팽한 선일 뿐인데 인생길도 그런 것인가 더듬으면 달음치고 돌아서면 잡히는 흔들리는 유리창 머리 묻고 생각해본다 바퀴소리 덜컹덜컹 총알처럼 가슴에 박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아직도 못다 한 우리의 시름이 있는 가까웠다 멀어지는 바깥세상은 졸리운 눈 속으로 얼키설키 감겨오는데 전선 위에 무심히 내려앉은 저걸, 하늘이라고 그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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