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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한탄강으로 떠나는 지오투어리즘

경호... 2015. 8. 1. 02:59
철원평화전망대 관계자가 휴전선 너머 평강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쌍봉낙타 모양을 한 낙타고지 왼쪽으로 북한초소가 있는 야트막한 야산 뒤쪽으로 펼쳐진 평강고원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다. 용암을 분출한 오리산은 북한초소 뒤쪽 낙타고지와 평강고원 사이에 위치한다.
철원평화전망대 관계자가 휴전선 너머 평강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쌍봉낙타 모양을 한 낙타고지 왼쪽으로 북한초소가 있는 야트막한 야산 뒤쪽으로 펼쳐진 평강고원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다. 용암을 분출한 오리산은 북한초소 뒤쪽 낙타고지와 평강고원 사이에 위치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한탄강 횡단면 전체를 따라 형성된 직탕폭포. 현무암 주상절리가 두부침식되면서 폭포가 상류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한탄강 횡단면 전체를 따라 형성된 직탕폭포. 현무암 주상절리가 두부침식되면서 폭포가 상류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한탄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송대소의 '적벽'. 30여m의 병풍 같은 수직절벽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둥·다각형·방사성 등 주상절리의 다양한 모습 뿐 아니라 분리구조, 새끼줄 구조 등 독특한 지형도 관찰된다.
한탄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송대소의 '적벽'. 30여m의 병풍 같은 수직절벽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둥·다각형·방사성 등 주상절리의 다양한 모습 뿐 아니라 분리구조, 새끼줄 구조 등 독특한 지형도 관찰된다.
명성산 중턱 화강암 지대에 형성된 삼부연폭포가 세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명성산 중턱 화강암 지대에 형성된 삼부연폭포가 세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강원도 철원 옛 북한 노동당사 인근 소이산(362m)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철원평야, 비무장지대와 멀리 북쪽의 평강고원을 보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평강에 위치한 ‘한반도의 배꼽’ 오리산(鴨山·452m)이 광활하게 펼쳐낸 평야는 넉넉하고, 그 사이를 흐르는 한탄강은 젖줄이나 다름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이 지난해 한탄강 협곡 일대를 강원 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하면서 27만년의 용암 지질역사를 소재로 하는 지오투어리즘(Geotourism)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탄강 비경’ 주상절리 협곡의 생성 비밀

지금부터 27만년∼1만년 전인 신생대 4기 홍적세. 땅속 깊숙한 곳에서 끓고 있던 용암이 철원에서 북쪽으로 5㎞ 정도 떨어진 오리산과 인근 680m고지에서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소한 11번 계속됐다.

하지만 이 두 곳의 화산 분출은 증기와 용암이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한꺼번에 거대하게 폭발하는 ‘중심분출’이 아니었다. 벌어진 지각 틈 사이로 용암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열하분출’이었다. 오리산이 소박한 높이의 야산으로 남은 이유다.

꿀렁꿀렁 흐르던 용암은 추가령구조곡의 낮은 골짜기를 따라 움직이며 대지를 메웠다. 철원과 평강, 김화 등 650㎢(2억평)를 뒤덮는 ‘용암의 바다’가 됐다. 용암이 식으면서 평강·철원 일대는 광활한 현무암 대지를 이룬다. 화산이 분출한 평강 일대의 현무암 대지는 당연히 두껍다. 평강이 해발 330m의 고원지대로, 철원이 해발 220m의 거대한 평원지대로 차례차례 변한 연유다.

뜨거운 액체 상태의 용암이 급격하게 식어 고체인 현무암이 되면서 수축작용이 일어나고, 그 사이 사이에 틈이 생겼다. 이것이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4각∼8각형의 기둥 모양이나 널빤지 모양으로 갈라진다. 주상절리(柱狀節理·다각형) 혹은 판상절리(板狀節理·널빤지)다.

빙하기를 지나 간빙기에 이르자 높은 지대의 평강·철원에서 녹은 빙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갔다. 강물은 기반암인 화강암과 현무암 등지를 휘둘러 다니며 약한 경계를 따라 활발하게 바위를 깎고 다듬어 양쪽이 수직 절벽인 협곡 등 태고의 절경을 빚어냈다. 화강암 지역은 완경사, 현무암 지역은 급경사인 비대칭의 협곡도 형성됐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계곡이나 강은 높고 경사진 산악지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되지만 한탄강이 논으로 구성된 평야지대에 형성되고 깊이 20∼30m의 직벽을 갖게 된 이유다.

한탄강은 추가령 현무암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으로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신생대까지의 다양한 지질 지층을 보여 준다. 주상 절리가 곳곳에 분포해 관광지로서 뛰어난 매력을 갖추고 있다.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한탄강의 여러 계곡 중에서도 드물게 하천의 바닥과 양쪽 절벽 모두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천연 기념물 제436호로 지정됐다.

한탄강물과 현무암의 합작이 만든 천혜의 절경

철원평야에서는 낮은 산지들이 보인다. 화강암 기반의 비교적 넓은 구릉지대를 형성하고 있던 철원지역에 용암이 계곡과 저지대로 흘러들어오면서 용암대지를 형성했지만 미처 메우지 못하고 섬처럼 남은 것이다. 스텝토(Steptoe)라고 한다. 이들 산지에서는 6·25전쟁 당시 군사적 중요성 때문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아이스크림고지(219m)와 백마고지(395m)가 대표적이다.

용암대지와 같은 현무암층은 절리형성의 특성상 배수가 잘돼 지표면에 물 공급과 수분 유지가 불리하다. 하지만 철원평야에 농경이 가능했던 것은 현무암층 위에 새롭게 퇴적층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깊은 계곡을 형성한 한탄강에서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수리시설이 갖춰지고 1914년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강원도 제일의 곡창지대가 될 수 있었다.

직탕폭포는 일반적으로 계곡의 좁은 바위틈에 형성되는 폭포와 달리 규모는 작지만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한탄강 횡단면 전체를 따라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댐도 아니고 수중보도 아닌데 강물이 좁혀지거나 넓혀지지 않고 폭 그대로 뚝 끊겨 떨어진다. 한반도에서 유일하다. 높이 3m, 길이 80여m의 직탕폭포의 양옆과 상부는 현무암이지만 하부는 화강암이다. 현무암 밑에 깔려 있던 것이 침식작용으로 드러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폭포는 두부침식(頭部浸蝕) 때문에 물이 떨어지는 지점이 깍여나가면서 상류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직탕폭포도 움직이고 있다.

하류로 내려가면 한탄강이 흐르면서 현무암을 빠르게 침식해 만든 수직절벽을 관찰할 수 있다. 깊은 소(沼)를 이뤄 ‘송대소’(松臺沼)로 불린다. 현무암 주상절리의 옆모습인 기둥모양뿐 아니라 윗부분의 다각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높이 약 3m, 폭 약 10m 규모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부채꼴 모양의 방사상 주상절리도 볼 수 있다. 현무암층에서는 분리구조, 새끼줄 구조 등 독특한 구조도 드러난다. 붉은 기운의 해가 솟아오르면 적벽(赤壁)으로 변한다. 높이 30m가 넘는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석벽이 위압적이다.

하류로 더 가면 고석정이 있다.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일대의 한탄강 협곡에 있는 높이 15m의 화강암을 비롯해 협곡 일대를 총칭한다. 고석은 철원 땅이 용암으로 덮이기 이전에 있던 기반암의 일부이다. 현무암질 용암대지와 화강암이 만나는 접촉면이 흐르는 물에 침식을 받아 드러난 것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암석이 만나는 곳은 쉽게 침식작용이 일어나 하천이 생기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깊은 계곡이 만들어진다. 용암이 미처 덮지 못한 기존 암층인 화강암이 위치한 하천 변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게 되지만 현무암층의 하천 변은 주상절리에 의해 20∼30m의 수직 절벽을 형성한다. 특히 현무암층 상부는 평탄한 용암대지를 형성하고 있어 양안의 지형이 비대칭을 이루고 있다.

기반암인 화강암이 빚은 독특한 풍광

마당바위는 약 1억1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강암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면서 굳어진 암석으로, 이후 지각의 융기와 침식으로 지표면에 노출됐다. 물에 깎여 나가면서 만들어진 돌개구멍(포트홀), 암석고랑(러넬) 등 아름다운 침식지형 경관을 이루고 있다. 또 화강암이 만들어질 때 기존 암석의 파편이 화강암의 마그마 내에 굳어져 만들어진 포획암도 눈에 띈다.

삼부연(三釜淵)폭포는 명성산(870m) 중턱의 화강암 지대에 위치한 높이 약 20m 규모의 3단 폭포다. 중생대 쥐라기에 마그마가 뚫고 들어간 화강암이 지표에 드러난 이후 흐르는 물에 침식돼 만들어졌다. 물줄기가 세 번 꺾어지고 폭포의 하부가 가마솥처럼 움푹 패여 있어 폭포의 이름에 가마솥 ‘부(釜)’자가 들어갔다. 폭포를 구성하는 복운모화강암은 명성산의 동쪽에서부터 백운산까지 사각형의 모양으로 넓게 분포한다. 암석의 연령은 약 1억7000만년 전으로 측정된다. 복운모화강암은 흑운모 외에 백운모가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 백운모의 함유량은 매우 변화가 심해 함량이 낮은 노두(암석이나 지층이 토양이나 식생 등으로 덮여있지 않고 직접 지표에 드러나 있는 곳)에서는 흑운모화강암과 유사한 암상을 보인다. 도로에서 바로 볼 수 있어 산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