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낸사람
- : 박봉원 <pbw0107@daum.net> 12.07.08 15:56 주소추가 수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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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날짜 |
: 2012년 7월 08일 일요일, 15시 56분 09초 +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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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봉원 <pbw0107@daum.net> 12.07.08 15:56 주소추가 수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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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너머의 삶 / 장이지그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소매 끝이 닳은 양복이 한 벌 있을 따름이다. 그 양복을 입고 딸아이의 혼인식을 치른 사람이다. 그는 평생 개미처럼 일했으며 비좁은 임대 아파트로 남은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는 굽은 등 투박한 손을 들키는 사람이다. 그는 그 거대한 손으로만 말을 할 줄 알았다. 언젠가 그가 소중하게 내민 손 안에는 산새 둥지에서 막 꺼내온 헐벗은 새끼 새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새근대고 있었다. 푸른 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어두움의 음습한 숲에서 홀로 빛나던 새는 지금 어느 하늘을 꿰뚫고 있을까. 그의 손에 이끌리어 가 보았던 하늘 구름 바람 태양 투명한 새. 그는 그런 것밖에 보여줄 줄 모르던 사람이다. 그의 내민 손 안의 시간. 그의 손에서 우리는 더 무엇을 읽으려는가. 그는 손으로 말했지만 우리는 진짜 그를 한 번도 보지는 못했다. 그는 보잘것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내민 손에 있지 않았다. 어깨 너머에 있었다. 닳아빠진 양복을 입고 선술집에 앉아 그는 술잔을 앞에 둔 채 어깨 너머에서 묵묵했다. 그 초라한 어깨 너머를 보고 싶은데 차마 볼 수 없는, 엄두가 나지 않는 그는 어깨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다. - 출처 :『작가와사회』 2008년 봄호 - 詩. 낭송 - 장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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