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箴言詩모음

막스 에르만의 잠언시

경호... 2015. 7. 4. 05:27

 

 

막스 에르만의 잠언시

 

 세상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너의 평온을 잃지 말라. 침묵 속에 어떤 평화가 있는지 기억하라.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한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네가 알고 있는 진리를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라. 다른 사람의 얘기가 지루하고 무지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들어주라.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란하고 공격적인 사람을 피하라. 그들은 정신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만일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면 너는 무의미하고 괴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낫고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

 

 네가 세운 계획뿐만 아니라 네가 하는 일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그 일에 열정을 쏟으라.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것이 진정한 재산이므로. 세상의 속임수에 조심하되 그것이 너를 장님으로 만들어 무엇이 덕인가를 못 보게 하지는 말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든 곳에서 삶은 영웅주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너는 너 자신이 되도록 힘쓰라.

 

 갑작스런 불행에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정신의 힘을 키우라. 하지만 상상의 고통들로 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말라.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 속에서 나온다. 건강에 조심하되 무엇보다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너는 우주의 자식이다. 그 점에선 나무와 별들과 다르지 않다. 넌 이곳에 있을 권리가 있다. 너의 일과 계획이 무엇일지라도 인생의 소란함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너의 영혼을 평화롭게 유지하라. 부끄럽고, 힘들고, 깨어진 꿈들 속에서도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다. 즐겁게 살라. 행복하려고 노력하라.

 

- 막스 에르만 문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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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에르만의 잠언시는 1692년 볼티모어의 성 베드로 성당 생활규칙이 되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양식의 말씀인데, '즐겁게 살라. 행복하려고 노력하라'고 싱겁게 끝을 맺은 배경엔 체스터 톤 같은 이의 후원도 크다. “행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그리는 행복은 모두 단순소박하다. 복잡한 무엇을 얻으려 애쓰는 것 같지만 단순함을 열망하며, 왕이 되려 하지만 사실은 목동을 꿈꾸고 있다.”

 

 최인훈은 소설 '광장' 서문에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하며, 동시에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서도 살아가지 못한다. 이 잠언시는 밀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조언으로 가득하다. 밀실을 방치하지 않고 잘 가꾸는 것은 광장에서의 균형 잡힌 삶과 소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랑과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꿈꾼다면 가지고 누리는 자는 좀 더 겸손하고 몫이 적은 자는 좀 더 당당해져야겠다. 겸손과 당당은 남루한 밀실에서는 불가능한 덕목이다, 인생의 소란함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영혼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정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사색과 독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예술과 문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부끄럽고, 힘들고, 깨어진 꿈들 속에서도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지만 거미줄 창연한 밀실을 갖는 한 삶은 늘 패색이 짙을 뿐이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행복하며, 자신에게 허락하는 만큼 행복하다. 별은 쳐다봐 주지 않으면 반짝이려하지 않는다.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며, 노래도 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재껴두고선 사랑도 우정도 그 무엇도 아니다.

 

 

권순진

 


May it be- 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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