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슬픈 부도浮屠 / 염창권

경호... 2012. 9. 30. 06:32








        슬픈 부도浮屠 / 염창권

        세월을 견디는 몸짓으로 침묵만한 것이 없음을 알겠다 연꽃 무늬 위에 커다란 마침표로 앉아 있는 부도 한 점 나뭇잎들은 떨어져 쌓인 후 얼마나 빨리 부패의 길을 건너갔던가 사람들은 또 얼마나 손쉽게 늙어갔던가 사실 그리움이란 이미 시들어버린 나뭇잎과 같은 것이다. 응혈진 살덩이가 사리 한 과 빚는가 싶었으나 그대를 좇다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진 무릎뼈 한 조각을 육신 속에 닳고닳다가 희고 동그란 마침표 하나 만드는 것을 정신이나 영혼은 우리가 배웠던 부도附圖 책과 같아서 살덩이를 따라 가면서 너무나 쉽게 흐무러져버리네 살 떨리던 그대와의 입맞춤 허파꽈리까지 온통 초록빛으로 반짝이던 그 순간은 해탈의 순간과도 같은 것이나 그대 떠난 후 느낌은 오래지 않아 사라지고 메마르고 부르튼 입술만 남았다 버석이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쓸리는 가을 한나절, 탁 탁卓卓 정적을 때리면 밤톨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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