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햇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히 흩어져 돌아갔을 때 그는 조용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고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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