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ylic on canvas |
2009 |
162 x 162cm |
acrylic on canvas |
2009 |
109 x 79cm |
work on paper gouache on paper |
2009 |
100 x 70cm |
work on paper_gouache on paper |
2009 |
162 x 162cm |
acrylic on canvas |
2009
|
76 x 56cm |
work on paper_gouache on paper |
2009 |
76 x 56cm |
work on paper gouache on paper |
2009 |
드로잉, 시가 되다-오수환의 선의 시간
박미연│가나아트 기획팀
시인이란 자신의 모든 감정을 이미지로 발전시키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리듬을 따르는 말로
이미지 자체를 발전시키는 사람이다._앙리 베르그송
인간의 삶이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 즉 역사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인간은 자신 그리고
자신들이 인식하는 사회를 기록하기 위한 행위를 지속했다. 그 행위의 결과물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인 경우도 있었고, 좀 더 진화하여 구체화된 형상인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행위가 퇴적되면서
인간은 행위의 결과물이 예술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예술 행위를 하게 되었다.
인간 예술 행위의 원초적인 형태는 선에서 시작한다. 동굴 벽화에 선을 긋고 이어서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고,
몸을 이용하여 허공에 선을 그으면서 주술적 의미는 담는 원시적인 몸짓을 만들었다.
선긋기 즉 드로잉은 자연스럽게 예술 행위의 과정이자 결과물이 되었으며,
미술, 건축, 음악, 무용에 이르는 모든 예술 장르의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다.
드로잉의 가장 근본적인 개념은 '긋는다'이다. '긋는다'는 것은 어떤 시작점에서
다른 끝점으로의 귀결이다. 드로잉이란 시작점에서 끝점으로 가야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 과정은 행위자에 따라 무한에 가깝게 자유로울 수 있다. 드로잉은 작업을 위한 시작점이자
끝점에 도달하기 직전까지의 전 과정이기에 행위자의 자유로운 정신과 열정적인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오수환 작가는 드로잉의 근본적인 개념과 형태에 충실한 태도로 자신만의 선긋기 작업을 수행한다.
그는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붓질을 통해 단순하고도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찾고자 한다.
이 아름다움은 무한한 자유의 순간, 무의식과 무의지의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최상의 미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작가는 드로잉을 미의 최종 단계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의 도구로 여기면서 동시에, 드로잉 자체만으로도
미의 최종 단계에 이르고자 하는 다층적인 태도를 가진다.
'시적인 추상화'로 불리기도 하는 작가의 추상 회화는 논리와 이성의 틀이 전혀 배제된 채 무의지적인
손놀림과 무의식의 사고로 그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붓질을 하기 전 캔버스 위에 하나하나
드로잉을 하면서 형태를 잡는다. 그리고 수천 수백 번의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체화한 무의식의 유사 단계까지
다다른 의식적인 붓질로 캔버스 위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밑그림' 개념의 드로잉을 시작으로
유화 작업의 전 과정을 드로잉하는 셈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오수환 작가의 드로잉과 유화가 관계를 맺는 지점이다.
작가의 드로잉은 유화의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드로잉 자체만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 안에서
독립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베르그송의 언급처럼 "모든 존재를 시간의 형상에서
지속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서 드로잉은 지속적인 시간 위에 놓여 있다.
40여 년간 화업의 시간 속에서 작가의 드로잉은 변화를 거쳐 왔지만 단절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흐름을 지니고 있다.
이 흐름을 작가는 '선의 시간'이라고 명명한다. 어릴 적부터 서예와 한학을 익혔던 작가에게
선은 자연과 인간을 그리고 정신을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이다.
동양에서 筆은 '骨法用筆'이라 하여 붓의 사용에 관한 것으로, 운필에 의한 형태적인 완결성을 의미한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한 필을 통해, 형태적인 완결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향한다.
노장 사상에 익숙한 작가는 그 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 특히 베르그송, 데리다의 철학에 심취하여
그들의 이성적인 사유에 대한 철저한 물음을 던진다. 그의 철저한 물음은 드로잉 작업 속에서
혹독한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태도로 드러난다. 그의 수천 번의 의식적인 붓질은
노자가 말한 '無爲'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러한 경지에 다다르기 위한 작가의 철저하게
이성적인 태도를 통해 오수환의 드로잉은 동양적인 감수성을 띠는 '시적인 드로잉'으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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