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 시집 <슬픔의 뿌리> 수록.
사랑에 눈이 멀어서 행복했던 날들 이젠 흘러가는 물처럼 멈출 수도 없는 세월 탓으로 그럭저럭 살아지긴 했으나 무엇 하나 보여줄 것 없으니 섣불리 널 지울 수가 있을지 오 사랑은 참 잔인해라 무엇으로도 씻겨지지 않으니 한번 맘을 담근 죄로 소리없이 녹아내려 자취없구나 오 사랑은 우스워라 기나긴 날이 지나도 처음 그 자리에 시간이 멈춰버린 채로 이렇게 버젓이 난 살아 널 그리워하고 있으니 그래 한번 살아보는 거라고 더 이상 나 내줄 것도 없으니 독한 맘이 다시 무너지는 것은 내 아직 그대를 사랑하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