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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경호... 2012. 2. 3. 02:12

 

 

자목련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 시집 <슬픔의 뿌리> 수록.

 

 

 

 
   김동률 - 희망
     

 

사랑에 눈이 멀어서 행복했던 날들
이젠 흘러가는 물처럼
멈출 수도 없는 세월 탓으로
그럭저럭 살아지긴 했으나
무엇 하나 보여줄 것 없으니
섣불리 널 지울 수가 있을지
오 사랑은 참 잔인해라
무엇으로도 씻겨지지 않으니
한번 맘을 담근 죄로
소리없이 녹아내려 자취없구나
오 사랑은 우스워라 기나긴 날이 지나도
처음 그 자리에 시간이 멈춰버린 채로
이렇게 버젓이 난 살아 널 그리워하고 있으니
그래 한번 살아보는 거라고
더 이상 나 내줄 것도 없으니
독한 맘이 다시 무너지는 것은
내 아직 그대를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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