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전초(車前草)/ 고광헌
차전초(車前草)는 질경이의 한자말 수레바퀴에 깔리면서 살아가는 풀 바퀴에 깔려 몸이 납작해지며 숨이 넘어가는 순간 제 씨앗을 수레바퀴나 짐승들 발밑에 붙여 대를 이어가는 풀 모든 풀들은 짓눌리는 고통을 피해 들로 산으로 달아나 함께 살아가는데 그늘 한 점 없는 길가에 몸 풀고 앉아 온몸이 깔리면서 생을 이어간다 수레의 발길이 잦을수록 바퀴가 구를수록 더욱 안전해지면서 멀리 가는 삶 질경이는 밟히면서 강해진다 밟혀야 살아남는 역설의 생 오늘도 납작한 잎 속에 질긴 심줄 숨기고 온몸 펼쳐 뭇발길 받아들인다 어디 한번 멋대로 분탕질도 해보라며 거친 발길에 제 몸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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