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친 사랑에게 / 김왕노
미친 사랑이여 네가 미쳐서 내게 올 때 피해 버린 사랑이여 난 미친 사랑을 위해 발에 밟히는 질경이 한 포기 미친 사랑에게 걷어차이는 개 한 마리 미친 사랑을 적시는 봄 비 한 번 된 적이 없다.
난 몸뚱어리가 긴 욕망의 아나콘다거나 내 것을 아끼거나 내 사랑에만 미쳐 갔을 뿐 내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아파했을 뿐 내 신발에 지걱거리는 여름의 긴 장마를 원망했을 뿐
미친 사랑이여 이제는 더 미칠 수도 없는 늙어버린 사랑이여 치욕적 치욕적이게도 네 사랑이 미쳐갈 때 함께 미치지 못한 둔한 가슴 네 사랑이 미쳐갈 때 네 미친 손 잡아주지 못한 나의 손 네 사랑이 미쳐갈 때 미친 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지 못한 나의 마음
네 사랑이 미쳐서 날 뛸 때 나도 미쳐 날뛸까봐 경계하며 네 영혼의 푸른 이파리 내게 닿을까 두려워했다.
네 삶의 그늘 속으로 내 하루가 잠겨 들까 미친 사랑 멀리로 돌아다녔다. 비굴했다.
* Wolf Hoffmann - Arabian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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