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는 내용을 담은 이 시에서
사랑의 대상은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 등으로 요약된다.
참여시의 한 양식으로서 연시(戀詩)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잠시 감상 해보세요.
詩 전문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작가 소개
황지우(黃芝雨, 1952년 1월 25일 ~ )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이다.
황지우(본명 황재우)는
1952년에 전남 해남 출생,
1971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였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의 입선과
<문학과 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83년에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간행하고
그 해 제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제2 시집 <겨울-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제3 시집 <나는 너다>, 제4 시집 <게눈 속의 연꽃>을 냈다.
황지우의 작품들은 대체로 회화적이면서도 감각적
이미지들이 현실의 상황을 아파하는 시인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옮 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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