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공광규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갓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느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자꾸 폭설로 지워주신다
◆시 읽기◆
퇴폐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포섭된 중년남성들을 대변한 자기용서와 자기위로
의 풍자다. 술집과 노래방을 거쳐 비틀거리는 늦은 귀가, 평범한 가장으로 힘든 일
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중년남성문화의 현주소가 아닐까?.
이 시를 읽은 어느 분은 이웃집 여자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놀리기도 하고, 혹시
이 시가 인터넷에 떠다녀서 이웃집 남편이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하며, 또 어
느 분은 아내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자기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것을 시인
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하고, 어느 분은 자신의 속마음을 썼다고 탄복하기도 했단다.
시인이란 오로지 글쓰기를 배활하고 조작하는 조작자이며, 남의 삶을 인용하고 베
끼는 필사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직, 간접적인 경험에서 발아시킨 상상력을 동
원해서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창조하는 대변인이기도 하다. 작품속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로 느껴질 때 독자는 감동하게 되며,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얻게 된 시를
성공한 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은 독자들이 보여준 갖가지 반응에서도 증명이 되듯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중년남성들을 대변하고, 퇴폐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포섭된 우리나라의 현시대상을
잘 꼬집어 주고 있는 시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http://www.sensual-arts.com/images/variousarts/modernarts/hofmann/dhtapestry9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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