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폭설 / 공광규

경호... 2012. 1. 20. 00:19

 

 

 

폭설

공광규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갓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느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자꾸 폭설로 지워주신다

 

 

시 읽기

   퇴폐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포섭된 중년남성들을 대변한 자기용서와 자기위로

풍자다.  술집과 노래방을 거쳐 비틀거리는 늦은 귀가, 평범한 가장으로 힘든 일

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중년남성문화의 현주소가 아닐까?.

 이 시를 읽은 어느 분은 이웃집 여자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놀리기도 하고, 혹

이 시가 인터넷에 떠다녀서 이웃집 남편이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하며, 또 어

느 분은 아내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자기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것을 시인

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하고, 어느 분은 자신의 속마음을 썼다고 탄복하기도 했단다.

  시인이란 오로지 글쓰기를 배활하고 조작하는 조작자이며, 남의 삶을 인용하고 베

끼는 필사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직, 간접적인 경험에서 발아시킨 상상력을 동

원해서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창조하는 대변인이기도 하다.  작품속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로 느껴질 때 독자는 감동하게 되며,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얻게 된 시를

성공한 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은 독자들이 보여준 갖가지 반응에서도 증명이 되듯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중년남성들을 대변하고, 퇴폐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포섭된 우리나라의 현시대상을

잘 꼬집어 주고 있는 시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시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녀와 천사 / 문 정 희  (0) 2012.01.20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 씨펄.  (0) 2012.01.20
술 / 문정희   (0) 2012.01.20
말 많은 노학자 / 문정희  (0) 2012.01.20
悲歌 28번 / 김춘수   (0) 201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