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연가(戀歌) 4. 5. 6 / 마종기

경호... 2012. 1. 19. 15:43

 

 

 

 

연가(戀歌) 4 / 마종기 

네가 어느날 갑자기
젊은 들꽃이 되어
이 바다 앞에 서면

나는 긴 열병(熱病) 끝에 온
어지러움을 일으켜
여행(旅行)을 시작할 것이다.

망각(忘却)의 해변(海邊)에
몸을 얼어 눕히고
행복(幸福)한 우리 누이여.

쓸려간 인파(人波)는
아직도 외면(外面)하고

사랑은 이렇게
작은 것이었구나.

 

 

 

연가(戀歌) 5 / 마종기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의 마음이 아니고
육신이었지.

약지 끝에 묻은 하늘
육신에 젖어 있는
백목련 그늘.

밤에 항상 헤어지고
낮에 망연히 책임을 배워

우리가 젊었을 날에는
높은 길이 보였다.

이제 쉽게 단념한 이에게
오는 평화로움

경사(傾斜)의 목.
측면으로 보이는 손목.
......오는 평화로움.

 

 

 

연가(戀歌) 6 / 마종기

 

내가 그를 배웅해 주고

도시로 들어섰을 때

도시는 온통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은 없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바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

 

모두들 돌아간 모양이다.

사람은 직장에서,가정에서

우리는 사랑에서

모두들 떠나간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씩

혼자 차마시는 법을 배우고

혼자서 웃는 연습도 해야지.

 

내가 그를 배웅해 주고

도시로 들어섰을 때

꽃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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