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시

그리움의 사계(四季) / 배찬희

경호... 2012. 1. 19. 14:39


 

 

 

그리움의 사계(四季) / 배찬희

 

그리움은 겨울 날

가지에 외롭게 매달린 홍시, 익다가

익다가 지쳐

저 홀로 툭!툭! 터졌으면

 

그래도 감당 못 할 그리움

춘 삼월 수줍은 영산홍, 피다가

피다가 바람 없이도

황홀하게 후드득! 떨어져

세상을 발갛게 물들였으면

 

그래서 수위를 넘어버린 그리움이

여름날 씩씩하게 불어나는 못 둑, 차오르다가

차오르다가 저절로 와르르- 무너져

티끌 하나 남김없이 싹 쓸어갔으면

<미련없이 흘러 넘쳤으면 좋겠다>

 

아직도 남아있는 그리움

가을날 내 눈을 시리게 하는 저녁놀, 바라보다가

바라보다가 와락- 뒤돌아서서

가는 발목 힘주고 이별하는

마지막 눈맞춤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