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碧巖錄

「벽암록(碧嚴錄)」 제11칙 황벽당주조한(黃檗 噇酒糟漢) - 황벽화상과 술 찌꺼기 먹은 놈

경호... 2011. 10. 20. 00:20

    제11칙 황벽당주조한(黃檗噇酒糟漢) - 황벽화상과 술 찌꺼기 먹은 놈


      <벽암록(碧巖錄)> 제11칙에는
      황벽 화상이 당나라에는 많은 선승이 있지만,
      모두 선사인체하면서 진정한 선을 지도할 선사가 없다고 비판한 법문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황벽 화상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그대들은 모두가 술 찌꺼기나 먹고 진짜 술을 마시고 취한 듯이 흉내 내는 녀석들이다.
      이렇게 수행하는 사람이 언제 불법을 체득할 수가 있겠는가?
      큰 당(唐)나라에 선사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 때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전국 여러 총림에서 대중을 지도하고 거느린 선승들은 무엇입니까?”
      황벽 화상이 말했다.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선사(禪師)가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擧. 黃檗示衆云, 汝等諸人, 盡是噇酒糟漢, 恁行脚, 何處有今日. 還知大唐國裏無禪師.
      時有僧, 出云, 只如諸方匡徒領衆, 又作生, 檗云, 不道無禪, 只是無師.



      황벽 선사의 법문은 <전등록>제9권에 진정한 수행자가 되도록 간절하게 설하고 있다.
      <벽암록>에서 원오는
      “황벽(?~850) 선사는 7척의 큰 키에다 이마에는 둥근 구슬이 있었고,
      천성적으로 선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또, 체구도 당당한 천성의 선승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특히 황벽의 문하에 임제의현이라는 걸출한 선승이 배출되어
      당대 선불교의 사상을 극대화한 사실은
      어록의 왕이라고 불리는 <임제어록>에 유감없이 잘 전하고 있다.

      그런 황벽 선사가 수행자들에게
      “그대들은 모두가 술 찌꺼기나 먹고 진짜 술을 마시고 취한 듯이 흉내 내는 녀석들이다.
      이렇게 수행하는 사람이 언제 불법을 체득할 수가 있겠는가?
      큰 당(唐)나라에 선사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라고 충격적인 말을 하고 있다.

      당주조한(噇酒糟漢)이라는 말은
      월주(越州) 지방의 사람들이 술 찌꺼기를 좋아해 잘 먹었기 때문에
      월주 사람들을 욕하는 말로 사용했었는데,
      뒤에 유행되어 사람을 욕하는 말이 되었다.
      진짜 술을 마시지도 않고 술 찌꺼기나 조금 먹은 주제에
      술에 취한 행세를 하는 사람을 욕하는 말이다.

      선에서는 특히 언어 문자에 집착하여 불법의 대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승을 매도하는 말로 사용하며,
      어록에 “옛 사람의 술 찌꺼기나 빨아먹는 놈”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이다.
      선수행을 하면서 제대로 불법의 대의를 철저하게 체득하지 못한 선승이
      선승들의 어록을 몇 마디 이해한 분별심에 만족한 사람이
      진짜 대단한 선승처럼 행세하는 사이비 선승들을 매도하는 말이다.

      엉터리 선수행자들은 선수행자 행세를 하면서
      천하를 이리 저리 왔다 갔다 세월만 보내고 신발(짚신)만 소비시킨다.
      시주들의 은혜를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빚 덩이로 짊어지고 다니는 한심한 놈들이다.
      이러한 수행자가 어느 세월에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여
      정법의 안목을 밝히고 중생을 구제할 수가 있겠는가?

      황벽 선사는 또
      “이렇게 큰 당나라에 선사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충격적인 말을 하고 있다.
      술 찌꺼기나 먹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선수행자가 진정한 수행을 하지 않고 있는 수행자들에게
      정신 차려 진정한 수행자가 되도록 경책하는 법문을 하고 있다.
      원오는 수시에 이러한 황벽선사의 법문은 대중을 놀라게 하고
      수행자의 마음을 움직인 법문이었다고 말한다.

      그 때에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서 황벽 선사에게 말했다.
      “전국 여러 총림에서 대중을 지도하고 거느린 선승들은 무엇입니까?
      선사는 당나라에 전국에 선사가 한명도 없다고 말했는데,
      황벽산을 비롯하여 천하의 선원에 훌륭한 선사들이
      많은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 합니까?”라고 반문한 것이다.
      이 스님은 제법 선승의 기개가 있는 말을 한 것이다.

      황벽 선사는 이러한 선승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선사(禪師)가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이 공안의 안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이 없다[無禪]는 것이 아니라,
      선법을 체득하여 분명히 수행자들을 지도하며 선을 깨닫게 하는
      진정한 선사가 없다고 주장한 말이다.
      황벽의 말은 선의 궁극적인 정신을 확실하고 완전하게 제시하고 있다.
      선은 근원적인 본래심(불심)으로 지금 여기서 자기 자신의 일을 지혜롭게 전개하는
      불성의 지혜작용 그 자체인 것이다.

      선의 수행으로 불법을 체득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선사의 가르침과 지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본인이 자각하는 일 뿐이기 때문이다.
      선에서는 물이 차고 따뜻한지 본인이 물을 마시고 자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냉난자지(冷暖自知)라는 말을 강조한다.

      선은 언제 어디서나 자기 자신과 함께 온 우주에 가득히 충만 되어 전개되고 있다.
      일체의 모든 존재가 인연법에 따라서 여법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시절 인연에 맞추어 자신과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선은 각자의 불심으로 자각하여 체득되는 것이며,
      불심의 지혜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본래심의 지혜작용(선)은
      그대로 숨김없이 전개되는 것이다.

      선은 다른 사람이나 스승으로부터
      선의 깨달음을 직접 전해 받거나 남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불심(본래심)의 지혜작용 그 자체이기 때문에
      손으로 만지거나 눈으로 보고 듣게 하는 상대적인 어떤 물건이 아니다.

      황벽 선사가 당나라에 선사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 것은
      지극히 올바른 안목으로 설한 법문이다.
      온 우주에도 선사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디에 유명한 선사가 있다고 찾아가고,
      운수 행각한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동서로 왔다 갔다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런 놈은 술 찌꺼기를 먹고 술에 취한 행세를 하는 놈이니
      언제 불법을 깨닫고 선을 체득할 날이 있을까?
      황벽의 법문은 수행자들에게 진정한 자비심을 베푼 위대한 선승의 모습이다.

      설두는 이 공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읊고 있다.
      “늠름한 기상을 자랑하지 말라.
      단엄하게 세상에 머물며 용과 뱀을 구분하네.
      대중천자(大中天子)가 일찍이 가볍게 건드렸다가
      발톱과 어금니에 세 차례나 할퀴었네.”

      먼저 “늠름한 기상을 자랑하지 말라.
      단엄하게 세상에 머물며 용과 뱀을 구분하네.”라는 두 구절은
      황벽 선사의 위풍당당한 풍모를 칭찬한 것이다.
      “당나라에 선사가 없다”라고 말한
      황벽의 선법은 천하에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독자적인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에 머물며
      용과 뱀을 구분할 수 있는 진정한 불법의 안목을 구족한 선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술 찌꺼기나 먹는 수행자와 올바른 선승을 판단하는
      지혜의 안목을 구족한 황벽선사를 지혜작용(大機大用)을 칭찬하는 말이다.

      황벽이 용과 뱀을 확정한 지혜작용(大機大用)을
      “대중천자가 일찍이 가볍게 건드렸다가
      발톱과 어금니에 세 차례나 할퀴었네.”라는 게송으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대중천자는 당 선종(宣宗) 황제로서 13살 때에 왕실에서 추방되어
      잠시 출가하여 제안(齊安)선사의 문하에 서기로 일할 때,
      당시 황벽은 수좌로 함께 있었다.
      어느 날 황벽이 부처님께 예불하는 모습을 보고,
      대중천자는 “예배를 해서 무엇 하려는가?”질문하자
      황벽이 갑자기 뺨을 후려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설두는 이것을 게송으로 읊고 있다.

      뒤에 선종은 황벽 선사에게 거친 사문이라고 호를 내렸는데,
      배휴가 건의하여 ‘단제선사’라는 법호를 내렸다고 전한다.
      원오는 평창에 “설두의 이 게송은 참으로 황벽 화상의 본래면목(眞贊)과 똑같이 닮았는데,
      사람들은 본래면목[眞贊]인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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