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유의 詩

생의 계단

경호... 2010. 12. 5. 17:26

생의 계단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헤르만 헤세<유리알 유희>에서

 

 

1877~1962. 독일의 시인이며 소설가. <데미안><나르시스와 골드문트><유리알 유희>등 정신과 자연, 육체와 영혼,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난 개인의 영적 탐구를 주제로 감동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며,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11년 인도를 여행한 뒤 <동방기행>을 썼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동양 종교와 사상에 심취하게 되었으며, 그것은<싯다르타>라는 대표작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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