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마지막을위한이야기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것들

경호... 2008. 11. 22. 08:11

하늘이 마냥 높아만 갑니다. 마주 보이는 백운산 정상에는 푸는 산과 흰 구름 그리고 파란 하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펼쳐져 있습니다.  이렇게 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을은 일 년중 법고法鼓소리가 절정을 이루는 때입니다. 계곡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에 여름 내내 머금었던 습기를 뱉어낸 쌍계사 법고의  가죽은 그지없이 팽팽해집니다. 살짝 내려치기만 해도 그 반동이 '퉁투둥 퉁퉁...' 여진이 남는 듯하지요. 그래서 이맘때면 법고를 치는 스님들도 신명이 나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어이지는 운판雲版과 木漁목어소리도 어쩐지 정겹고, 대종大鐘소리는 가슴을 울리며 더욱더 멀리 퍼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상식으로 법고는 들짐승, 운판은 날짐승,목어는 몸짐승 그리고 대중은 지옥중생을 제도齊渡하게 위해서 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불교는 마음을 근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짐등들이란 마음속 중생을 의미합니다. 법고는 들짐승의 가죽으로 만듭니다. 짐승들은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고 다투기 일쑤지요. 그러나 법고의 바싹 말린 가죽이 울리는 소리를 잘 듣다 보면 투쟁심이 쉬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롭고 고요해지는 마음 말입니다. 이른바 들짐승이 제도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구름 모양의 쇠로 만들어진 운판을 치면 날짐승이 제도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새들이 날아와서 듣고는 제도된다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날짐승이란 바로 나 자신의 들뜬 마음을 의미합니다. 마냥 들떠서 정처 없이 헤매는 이 마음이 날카로운 쇳소리를 들으면서 차분히 가라앉는 것입니다. 물고기 모양의 목어 소리는 축축하고 우울한 마음 혹은 현실을 회피하려는 마음을 끌어 올려줍니다. 마른 나무 둥치 속에서 서로 부딪치는 건조한 음이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대종은 쇳물을 펄펄끓여 식혀서 만듭니다. 그러므로 대종 소리를 듣다 보면 끓는 마음이 식어집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성냄과 분노가 곧 지옥중생이며, 이러한 분노심을 가라앉히는 것이 제도인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는 온갖 중생들이 살고 있습니다. 탐욕과 성냄 그리고 정처 없이 들뜬 마음과 우울한 마음..... 이러한 마음속 중생들을 아름다운 가을 산과 법고 소리로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가을 산과 법고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마음의 눈으로 보십시오.

마음의 귀로 들으십시오. 지금 내 눈앞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는 것이 없다고 불평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깊은 숨으로 마음을 깨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