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뜨던 날
오월의 하늘빛이 가득한 정원에
그의 고향집 청포도를 닮아
눈빛이 둥글고 푸른 주인이
오십 그루가 넘는 나무마다
나무의 나이에 걸맞은
음색과 높낮이가 알맞은
음표 하나씩을 달아주자
나무들이 노래를 한다
바닷가 어부의 집 근처에서 철썩이는
오래된 전설에서부터
숲 속의 요정들이 들려주는
풀꽃같은 동화를 노래한다
노랫소리가 가득한 정원에서
나무들의 웃음소리와
나무들이 품어내는 사랑의 열기로
나무들은 잠을 잊은 채
잠시 어제와 내일을 접어두고
춤추며 노래한다
주인의 해묵은 순정연가가 들리면서
별빛이 가득한 정원의 밤이 깊어간다
졸리운 나무들이 하나 둘씩 잠이 들고
잠이 없는 나무들은 정원의 뒷결에서
그리움이 아련하게 물든 동백꽃 순정을 노래하고
지용의 고향으로 가는 길을 노래하고
고흐의 Starry Night를 노래하고
세상의 온갖 사연 많은 노래를 부르다 부르다
부르고 불러도 끝이 없는 나무들의 합창은
새벽녘 갈증에 비로소 소리를 멈추었다
소리는 멈추었어도
가슴을 흔드는 열정에 못 견디는 나무들을
주인은 마차에 싣고서
골 깊고 물소리 맑은 가창골로 데려갔다
산 계곡을 몇 번이나 휘돌아 간
운무가 자욱한 이른 산골
잠을 깨는 숲 속에서 마차는 멈추었다
객석은 비어있어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반주하여
라트라비아타를 노래하고
물망초의 추억을 노래하고
에델바이스를 합창하고
다시 한 번
주인의 해묵은 순정연가로
이른 아침의 콘서트는
숲 속의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밤새도록 소낙비가 쏟아진 것처럼
온 밤을 하얗게 지새었어도
여전히 솟아나는 그 무엇이
이 아침을 적시지만
내일의 또 다른 콘서트를 기다리며
아쉬운 나무들의 작별이
오월의 하늘빛 가득한 정원에
일곱색의 무지개로 걸려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