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산책]/서양화

by Lauri Blank / 아담과 이브의 눈물꽃

경호... 2007. 11. 14. 06:01
그들의 정원에 언제부턴가 이름도 알수 없는 꽃 하나 피어났지.

어디서 꽃씨가 날아왔는지 그 꽃은 이전에 그 누구도 본적 없는 아름다운 꽃이었지.

그 앞을 지나는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했어.
"거참, 저렇게 아름다운 빛깔의 꽃이 있다니..."



midsummer night
 
 
그 꽃은 너무나 탐스럽고 오랫동안 지지 않은 채 그대로였고
아담과 이브는 그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했어



morning


그 꽃을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그 꽃의 이름을 정하자고 했지
하지만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이브는 결국 그 꽃의 이름을
동네 사람들에게 지어 달라고 했어.


spring


환상꽃이라 부르자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이 꽃은
하늘 나라에서나 피는 꽃인듯하니 하늘꽃 이라 하자고 했지.

며칠을 두고 아담과 이브는 고민했어.
하지만 그 꽃의 이름을 쉬이 만들 수 없었지.


summer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그 앞을 지나가던 이상한 아이 하나가 그 꽃을 보며
"아니, 이 꽃이 여기에 피었네?"

아이는 그 꽃의 이파리를 살며시 만져 봤어.
아담과 이브는 그 꽃을 알고 있는 듯한 그 아이에게 다가서서 물었지.


autumn

"이 꽃의 이름을 알고 있니?"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어
" 그러니? 그러지 않아도 이 꽃에게 이름을 지어 주려 하던 참이었어.
네가 가르쳐 주련?"

아이가 말했어.
"이 꽃은 이 세상에 단 한송이만 피는
가장 착한 것을 위하여,
또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위하여 또 가장 슬픈 것을 위해 피는 꽃입니다."


winter


"가장 착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것"

"그리고 이 꽃은 사랑이 가장 깊은 사람 사이에 단 한번 피어 나지요.

꽃 이름도 그들이 지어주어야만 해요."

"하지만..."

아 이의 얼굴이 순간 찌푸려지는 걸 아담과 이브는 물끄러미 쳐다봤어.
"꽃은 언젠가는 지는 법입니다.
그러기 위해 피어나는 거구요..."


Aquarius


아이는 그 말을 흘리고는 꽃잎을 매만지던 손을 슬며시 거두어 들이고 돌아섰어.
지기 위해서 피는 꽃이라...
아담과 이브는 그 말을 곰곰히 되씹었어.
하지만 그 꽃은 몇번의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봄이 와도 결코
지는법이 없이 그 자리에 오랫동안 피어 있었지.
 

그래서 그 꽃 의 이름을 그들은 사랑꽃이라 불렀어.


First Kiss Of Spring



그러던 어느 날인가 이브가 아프기 시작했어.
영문도 알지 못하는 병에 이브는 오랫동안 누워 있기만 했고
아담은 이브를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다해서 병을 고치려고 했지.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
 
그러다가 이브는 가슴이 아프도록 아주 봄볕 좋은 날에 홀연히 숨을 거두었지.
그 때문에 아담은 내내 눈물을 하늘쪽으로만 날려 보내야 했어


Eves shame

이브가 세상을 떠난 후 그 꽃의 빛깔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행복의 장미빛이던 꽃이 차츰 슬픔의 파랑으로 바뀌었지.
아담이 차츰 이브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이 야위어 가는 동안
그 꽃도 서서히 하얗게 시들어 가기 시작했어....


아담의 눈물의 길이가 마침내 하늘까지 닿아
이브의 가슴으로 스며들던 동화 같은 날이었지.
은행잎이 노랗게 지고 단풍잎이 지천으로 빨갛게 흩날리던 날
결국 아담은 이브를 그리다가 그리다가 이브의 곁으로 영원히 가고 말았지.
아담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택한 거야.


Sting of shame
 

그렇게 아담과 이브가 모두 떠나 버린 정원에선 사랑꽃만 홀로 남게 되었던거야.
하지만 사랑꽃은 아담과 이브의 사랑에 눈물겨워하는 동네 사람들의
갖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차츰 슬프게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어.
행복의 빛이 차츰 슬픔의 색으로 변해 가는 것을 동네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그냥 지켜 보고만 있었지.

결국 사랑꽃은 아담이 이브의 곁으로 간지 100일째 되던 날에
제 스스로 고개를 꺽고 말았어.
마을 사람들 모두 아담과 이브의 사랑을 슬퍼했어.
그들의 가슴에 제각기 하나씩의 슬픔들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지.

얼마나 슬픈 일이었는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잔뜩 슬픈 가슴으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하곤 했지.

그리고 그 꽃에 대해서도 간간히 얘기하곤 했어.


Garden Of Forgiveness
 
하지만 그 이후로 그 꽃은 세상 어디에서도 피어나질 않았어.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그 마을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그 꽃이 다시 피기를 소원하고 있었지만
그 꽃은 단 한번도 다시 피어나질 않았지.
오히려 그 꽃의 이름 조차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없었지.
아담과 이브만이 그 꽃을 사랑꽃이라 불렀거든.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것을 위해 피었다가
가장 슬픈 것을 위해서 지고 만 그 꽃을 사람들은 다들 그리 불렀어.
눈물꽃이라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서 피는 꽃
가장 슬픈 사랑을 위해 질 수밖에 없는 꽃
그것은 아담과 이브의 행복의 장미빛
아담의 그리움에 젖은 눈물의 파랑.
그러나 역시 그 빛은 눈물 빛깔의 눈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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