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근엄주의는 물론 우리 시의 근엄함마저도 확실하게 깨부수고 있다.
특히 "폭설" 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쉬움을 넘어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다.
이장의 직설적인 전라도 사투리가 코미디를 볼 때보다 더 큰 웃음을 준다. 시를 읽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웃음을 접고 다시 한번 읽으면 서로 보듬고 사는 우리 농촌 주민의 생활상에 ‘아름답다’는 단어가 떠오르고, 폭설에 삶의 터전이 무너진 농부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우리 시의 근엄주의를 일시에 무너뜨린 대표적인 수작(秀作)일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나지 않습니까? 허허 소리내어 웃지는 않으셨는지요....
접하고 나서 왜 그렇게 통쾌하고 재미가 있던지 실실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를 떠나서 썩 좋은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말이라도 쓰이는 장소나 쓰임새에 따라서 어감이나 의미도 영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이 시에서 “좆”을 그 흔한 욕설이라고 생각할 사람이나 있을까요... 어지간해서는 눈이 오지 않는 땅끝마을에 어느 겨울인가는 참 오지게도 눈이 많이 내렸나 봅니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걸치고 따뜻한 잠이 들었건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간밤에 내린 폭설은 축사 지붕까지 몽당 무너뜨렸나 봅니다. 그러나 동네 이장의 절박한 말투에서 역설적이게도 내일에 대한 소박한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정감어린 말투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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