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힌트 / 이화은
Sicabro County Fair / Xin Xian & Nin Lin
어떤 힌트 / 이화은
용덕사 스님들이 놓아 키우는 숫코양이 한 마리가 아랫 마을 수녀원에
숨어들어 수녀원 암코양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가 하면
수녀원 규칙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를 공공연히 저지른다 하여
원장 수녀님 용덕사 주지 스님께 엄히 항의하였던 바
우리 고양이도 절집밥 3년에 왠만한 염불 한 가닥 아뢸 줄 아는
법도(法度) 있는 짐승인데
그쪽 암컷이 무슨 힌트를 주지 않았으면 그럴 리 없는 일이라고...
숫코양이 행위가 크게 싫지만은 않으신 듯 슬쩍 편을 들었다는데
짐승들 일에 사람도 아닌 도인(道人)들이 설왕설래하는 동안
절집 배롱나무는 고양이 혓바닥 만한 새 잎을 틔워내고
발가락까지 지애비 꼭 빼다 닮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 선물로 안고
어린 수녀님 용덕사 올라가시는 길목에
솜털 복실한 처녀 목련도 멍울멍울 수줍게 부풀었다지 아마